기사제목 [특별기획] 검찰 '박경귀 시장 출국금지' 사건 배당...행동 결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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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검찰 '박경귀 시장 출국금지' 사건 배당...행동 결심한 이유

기자 아닌 시민 자격, 정유라 체포·스노든 국가기밀 폭로 사건 거울 삼아
기사입력 2024.05.2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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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검이 22일 오전 박경귀 아산시장을 상대로 제기된 출국금지 진정을 접수하고, 사건배당을 하겠다는 방침을 전해왔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아산신문] 박경귀 아산시장이 21일 일본으로 떠난 가운데 대전지방검찰청(아래 대전고검)이 오늘(22일) 오전 박경귀 아산시장을 상대로 제기된 출국금지 진정을 접수하고, 사건배당을 하겠다는 방침을 전해왔다. 

 

여기서 하나 밝혀둬야 할 사실이 있다. 출국금지 진정서는 기자 본인이 시민 자격으로 냈고, 박경귀 시장이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날인 21일 오전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 제출하려 했다. 

 

하지만 천안지검은 박 시장 파기환송심이 대전고법에서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대전고검에 접수하는 게 맞다는 견해를 전했고, 이에 우편으로 대전고검에 전했다. 

 

저간의 사정은 이렇다. 기자 신분으로 이런 행동을 벌이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고민이 없지 않았다. 혹시라도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건 아닌지 계속 고민했다. 하지만 두 가지 사건을 떠올리며 박 시장에 대해 출국금지 진정을 내기로, 대신 기자가 아닌 아산시민 자격으로 내기로 마음을 정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한창이던 지난 2017년 1월 국정농단 핵심인물인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덴마크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그런데 경찰에 신고한 당사자는 덴마크에서 정유라의 행적을 쫓던 JTBC 이가혁 기자였다. 

 

이를 두고 취재윤리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보도는 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어겼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가혁 기자는 경찰에 정유라를 신고한 이유에 대해 "취재진의 존재를 알아차린 정씨 일행이 도주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어 결국 경찰에 정식 출동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유라가 국정농단 사건 규명의 핵심 연결고리이고, 덴마크로 도피한 점을 감안해 보면 타당한 선택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또 하나는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이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비밀정보기관이 미국인들의 전화를 전방위적으로 감청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폭로 이후 스노든은 홍콩으로 도피했고, 그곳에서 자신의 폭로를 기사화해줄 언론인들과 접촉했다. 영국 <가디언>지의 글렌 그린월드와 유언 맥카스킬, 그리고 다큐멘터리 제작자 로라 포이트러스가 스노든과 만났다. 

 

이들은 스노든의 폭로를 전세계에 타전했고, 동시에 스노든의 신변에 이상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이들의 도움에 힘입어 스노든은 무사히 홍콩을 빠져나가 러시아로 피신할 수 있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박 시장의 거짓말과 명분 없는 국외출장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문제제기는 필요해 보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과 아산시민연대의 규탄성명, 민주당 시의원 일동 기자회견 말고는 이렇다 할 행동은 없었다. 오히려 일부 언론은 박 시장 측 입장만 대변하며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가 없지 않았다. 

 

이래선 안되겠다는 판단에 방법을 찾아보던 중 출국금지 제도에 기대보기로 했다. 대전고검이 출국금지 신청을 접수한 시점은 박 시장이 출국한 5월 22일 오전이다. 그러나 대전고검과 조율한 결과 박 시장 귀국이 확실하고, 차후에 또 다시 명분 없는 출장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진정을 접수하고 사건배당을 해줄 것을 요청했고 대전고검은 이를 수용했다. 

 

대전고검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다만 출국금지 신청 인용여부와 무관하게, 이번 일은 시민으로서 이렇게라도 신문고를 울려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추진했다. 이 점 아산시민께서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 오해를 막고자 대전고검에 낸 진정서 전문을 아래 공개한다. 

 

■ 박경귀 아산시장 출국금지 신청 진정서 전문

 

전 아산에 사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CA 미디어그룹 산하 <천안신문>과 계열사 <아산신문> 지역매체에서 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그러나 전 바로 오늘, 5월 20일 만큼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신청합니다.

 

박경귀 아산시장이 5월 21일부터 6월2일까지 일본·핀란드·에스토니아·스웨덴 등을 순방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박 시장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형사 피의자이며 대전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진행중입니다. 

 

앞서 1·2심은 시장직 상실에 해당하는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이 절차상 하자를 들어 파기환송을 선고하면서 대전고법으로 사건을 되돌려 보냈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는 "형사재판에 계속(係屬) 중인 사람"에 대해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박 시장은 출국금지 대상자라 할 것입니다. 더구나 박 시장은 재판 중임에도 기일을 미루며 국외출장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지자체장의 해외순방 자체가 잘못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취임 후 2년이 채 되지 않은 현 시점까지 2~3개월에 한 번 꼴로 국외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의 국외출장이 아산시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냐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이번 일본 출장에서 하마마츠시를 찾아 상호문화도시 벤치마킹을 한다 합니다. 하지만 박 시장은 매번 국외출장 때마다 벤치마킹을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게다가 하마마츠시에 이어 방문하는 하코네정은 지난해 5월에도 방문했던 곳입니다. 여기에 북유럽 3개국 출장은 전국평생학습도시 세종·충남 대표로 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산시 담당부서와 전국평생학습도시 협의회에 문의해보니 희망자에 한해 신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대통령님께서도 국외 출장을 가신다면 대통령실 수석이 국민께 브리핑을 하고 방문일정, 목적 등을 소상히 알립니다. 그러나 박경귀 시장은 이런 적이 전혀 없습니다. 지난해 10월엔 공식일정 없음이라고 공지해 놓고 베트남으로 몰래 출장을 다녀오더니 이번 일본·북유럽 방문 역시 시민이나 언론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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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 아산시장은 파기환송심이 열리는 와중임에도 명분없는 출장을 강행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지금 박경귀 아산시장은 국외출장이나 다닐 때가 아닐 것입니다. 앞서 적었듯 박 시장은 6.1지방선거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벌금 1500만원 형을 선고 받았으나, 대법원이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들며 파기환송해 재판을 다시 받는 중입니다. 

 

또 하나,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법 위반 사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해야하며 선고는 1심은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2·3심에서는 전심 판결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도록” 하는 강행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강행규정에 따라 당초 오는 5월 28일을 기일로 잡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박 시장 측은 국외출장을 명분으로 내세워 난색을 표시했고, 그래서 기일은 6월 4일로 미뤄졌습니다. 

 

재판 일정이 계속 늦춰지면서 아산시 공무원은 물론 시민들마저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박 시장은 이에 아랑곳없이 해외출장에만 골몰하는 모습입니다. 정말로 시민을 위한다면 자신의 혐의부터 벗고 국외출장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요?

 

이에 시민으로서 법에 호소하고자 합니다. 비록 박 시장이 선출직 공직자이고 따라서 도주 우려는 없다 하지만 분명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이고, 형이 확정되지 않았음을 이용해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국외출장을 강행하려 합니다. 

 

더구나 대통령님께서도 국외출장을 준비하면서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지자체장이 비밀리에 국외출장을 떠난다는 건 월권이자 오만이라고 봅니다. 이에 아산시민으로서 청원합니다. 부디 박경귀 아산시장에게 엄중 경고조치를 하는 의미로 출국금지 조치를 취해주시기를 청원합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신문고를 울리오니, 제 목소리에 부디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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