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챗봇(ChatGPT)이나 바드(bard)가 사회변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는 괴담(이상한 이야기)과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로 인한 사회 경제적 피해는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할 정도다.
오죽하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나서서 "정치가 과학을 무시하고 괴담에 의존하면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사실을 4대강 사업이 보여줬다"라는 말까지 했겠는가?
지난 7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4대강 사업으로 물이 썩지도, 생태계가 죽지도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과격한 환경단체나 야권이 '4대강 사업을 하면 강물이 다 썩어서 생태계가 다 죽는다'며 극렬히 반대했지만 10여 년 뒤인 지금 보면 수질이 좋아졌고, 서식 어류 개체 수도 오히려 20% 늘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괴담(怪談)이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먹으면 '뇌(腦)에 구멍이 숭숭 뚫려서 죽는다'는 것이었다.
이 괴담이 나오자 삽시간에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졌다. 중학생들이 죽고 싶지 않다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아줌마들도 유모차를 밀며 이 대열에 합류했다. 심지어 공부도 했고 논리적인 사고를 한다는 대학교수들도 상당수 이 대열에 합류 했다.
하지만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뇌에 구멍이 뚫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나왔는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의 식탁을 그때보다 더 점유하고 있다.
괴담과 가짜 뉴스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국가나 사회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그중 중요한 것을 간추려 보면 첫째,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대중이 잘못된 정보를 얻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질 수 있다. 이는 의견의 양극화와 음모론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이러한 이야기는 공포, 공황 또는 증오를 선동하여 사회 불안과 커뮤니티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증폭시켜 차별과 소외를 조장할 수 있다.
셋째, 가짜 뉴스의 유포는 여론과 선거에 영향을 미쳐 민주적 절차를 훼손할 수 있다. 이는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의 토대를 약화하고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을 방해할 수 있다.
넷째 괴담과 가짜 뉴스는 경제적으로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허위 정보는 주식 시장, 투자 결정, 소비자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쳐 금전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 정치인은 서슴없이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퍼뜨리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여론조작을 하기 위해서다. 지지를 얻기 위한 얄팍한 생각으로 상대방의 신용을 떨어뜨리기 위해 거짓 정보를 퍼뜨린다.
둘째, 당파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극단적인 양극화가 심한 환경에서는 정치인이 소속 정당의 의제나 이념에 부합한다는 명목하에 과잉충성을 하다보면 가짜 뉴스를 퍼뜨릴 수 있다.
셋째, 정책 의제 설정의 왜곡 때문이다. 가짜 뉴스를 퍼뜨리면 정치인들이 직면할 수 있는 실제 문제나 논쟁으로부터 주의를 돌릴 수 있다.
넷째, 잘못된 정보 때문이다. 때때로 정치인들은 잘못된 정보를 사실이라고 믿거나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잘못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국회 법사위에서 처음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대형로펌 변호사 등 30여 명이 술을 마시며 첼리스트의 반주로 노래를 불렀다는 황당하지만 황당하지 않은 것처럼 한동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다섯째, 사건의 증폭을 위해서다. 정치인들은 개인적인 이익이나 정치적 이득을 위해 특정 이야기 줄거리를 증폭시키거나 사건을 선정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공유하기도 한다.
지난 25년 동안 보아 왔듯이 가짜 뉴스가 초래하는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공공 담론, 사회 통합, 민주적 제도 및 경제적 안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왔다. 잘못된 정보의 확산과 그 해로운 영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를 증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가짜 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접하는 정보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에서 사실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이고 법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