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충청남도와 대전광역시가 추진 중인 '광역경제생활권'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역 정치권에선 궁극적인 방향은 옳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김태흠 충남지사·이장우 대전시장·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은 지난 21일 통합 지방자치단체 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발표했다.
충남도와 대전시는 이번 선언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지방 소멸을 방지하기 위해선 같은 역사와 공동체 의식을 가진 양 시·도의 행정 구역통합을 추진함으로써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광역경제생활권을 구축하고, 주민의 복지를 증진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 지방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충남도와 대전시의 통합 추진은 1989년 분리 이후 35년 만의 일이다. 충남과 대전은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통합이 완료되면 △ 인구 358만 명 3위 △ 재정 규모 17조 3439억 원 3위 △ GRDP 191조 6000억 원 3위 △ 산업단지 184개소 3위 △ 2024년 누적 수출액 715억 달러 2위·수입 346억 달러 5위·무역수지 369억 달러 1위(이상 9월 말 기준) 등 각종 지표가 상위권에 오른다는 게 양 시·도의 주장이다.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금산군과 금산군의회는 지난 25일 공동 지지를 선언했다. 충남도·대전시 통합추진 선언 이후 가장 먼저 나온 지지선언이었다.
김영환 충북지사도 27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대승적으로 대전·충남 행정 통합을 환영한다. 수도권 일극 체제 해소, 인구 소멸 대응,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나아갈 길"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반론도 없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문진석 위원장)은 통합 선언 직후 즉각 논평을 내고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매우 성급한 선언에 지나지 않는다"고 깎아 내렸다.
대전·충남·세종·충북 광역연합 추진하더니...
저간의 맥락에서 핵심은 충남도와 대전시의 통합추진이 '뜬금없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점이다.
앞서 충청남도·대전시·세종특별자치시·충청북도 등 4개 광역단체가 자난해 11월 '충청권 메가시티'(충청광역연합)를 선포하고 올해 말 출범을 추진해왔다. 이런 와중에 충남도와 대전시가 '광역경제생활권'을 선포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적었듯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충청권 공조의 부작용이 나지 않게 잘 조율해야 한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충청북도는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4개 시·도가 행정통합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충청광역연합에 무게중심을 뒀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아직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오늘(29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최 시장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언질을 줬다.
결국 세종시와 충북도의 협조가 빠진 통합논의는 '반쪽짜리'로 전락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충남도당은 "두 시·도지사는 충청권 통합을 언급하면서 충북과 세종시는 제외하고 충남과 대전만을 엮어 통합 추진을 발표했다. 그동안 노력했던 충청권 메가시티 추진을 무색하게 두 지역을 배제한 통합 선언은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적 성격이 짙어 보인다"고 날을 세웠다.
“주민 공감대 없으면 통합 못한다”
천안·아산으로 시야를 한정해 보면, 지역 반응은 여야를 막론하고 '시민 공감대가 우선'이라는 데 모아지는 양상이다.
지방행정 전문가 ㄱ 씨는 "대전·충남은 큰 틀에서 보면 정서도 비슷하고 문화도 동질하다. 그리고 통합에 따라 예산집행이나 공공 인프라 구축 등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통합은 시민 공감대를 전제로 해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시민들 사이에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
지역정치권 인사 ㄴ 씨는 "주민 반대가 심하면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도의회에선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도 장기적으로 볼 때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관건은 주민 공감대인데, 올해 지나면 2026지방선거 국면으로 접어 들기에 추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ㄴ 씨는 내다봤다.
지역정치권 인사 ㄷ 씨는 "대전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논산·계룡·금산 등은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천안·아산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기에 미온적"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김 지사께선 그간 대전에 있는 공공기관을 내포로 이전해 줄 것을 압박했는데 돌연 통합을 선언하니 원칙을 저버린 것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준다"며 김태흠 충남지사를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