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아산시가 국보 제334호 '기사계첩 및 함'이 서울로 반출됐음에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데다, 소재지변경 신고가 완료되기 전 관련 예산을 불용처리 한 사실이 취재결과 드러났다. 아산시가 관내 문화재를 환수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사계첩 및 함'은 풍산홍씨 정익공파종회 유물로 1978년 12월 보물 639호로 지정됐다 2020년 12월 국보 334호로 승격됐다. 이어 2022년 10월 온양민속박물관에선 '풍산홍씨 유물전'을 열어 '기사계첩 및 함'을 일반에게도 공개했다.
그런데 '기사계첩 및 함'은 현재 아산에 없다. 풍산 홍씨 종손이 서울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문제는 행정 미숙이다. 아산시는 관외 반출 사실을 2023년 하반기에 이르러서야 인지했다. 이후 9월부터 12월까지 지속적으로 종손에게 연락해 '국가지정문화재 소재지 변경신고서'를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뿐만 아니다. 아산시는 소재지변경 신고가 이뤄지기도 전에 관련 예산을 불용처리했다. 풍산 홍씨 종손, 그리고 아산시 문화유산과를 통해 교차 확인한 결과 변경신고는 올해 2월 완료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아산시는 2023년도 예산 중 '기사계첩 및 함' 영인본 제작 예산 5천 만원을 지난해 연말에 불용처리했다. 이중 3,500만원은 국비, 750만원은 도비다. 결국 국·도비 예산을 반납하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문화유산과 담당 A 팀장은 21일 오전 기자와 만나 "지역 문화재가 사라진 사실을 하반기에야 알고 당황했다. 이에 소유주를 수소문해 종손과 연락을 닿았고, 거의 매일 연락했다"고 해명했다.
사실 이 문제는 지난 6월 아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장은숙 문화유산과장은 지난 6월 18일 시의회 문화환경위원회에 출석해 "소유주가 종중과 대화나 협의 없이, 시에도 신고하지 않고 무단으로 국보를 들고 잠적했던 상황으로 지금 파악이 됐다"고 밝혔다.
장 과장은 "저희(아산시 - 글쓴이)가 소유주가 움직이는 것까지 다 추적하고 관찰하고 감시할 수는 없다"고 책임과 거리를 뒀다.
문화재보호법 제40조 ⓵의 5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 소재지의 지명·지번·지목·면적 등이 변경된 경우 사실과 경위를 문화재청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 전문가들은 관료적으로만 접근했을 뿐, 반출된 문화재를 되돌리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실제 소유주인 풍산 홍씨 종손은 오늘(23일) 오전 대리인을 통해 "아산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로 소재지를 변경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소재지를 아산에 두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아산시에서는 난색을 표시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문화재청에 알아보니 보관장소 변경만 해도 된다는 회신을 받고 올해 2월 보관장소 변경신청서를 냈는데, 아산시에선 아예 소재지를 변경했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문화유산과 측은 "핵심 문화재가 관외 반출이 됐으니 아산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문화재 소재지가 서울로 바뀌었으니 이에 따른 행정절차를 위해 소재지변경을 요청했다. 게다가 임시로 보관장소를 변경하는 사례는 특별전시 등 특별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이 사례엔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취재에 응한 전문 학예사 ㄱ 씨는 "아산시 측 태도는 관료로서 사명감 부족이라 할 것이다. 지역 문화유산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라면 반출된 지역 문화재를 되가져오는 걸 행정의 기본 방향으로 잡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예산불용처리를 두고서도 아산시의회 김미성 시의원(민주, 라)은 행감에서 “행정적으로 소재지 변경을 하고 불용처리를 하는 게 맞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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