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귀 아산시장이 1·2심에 이어 파기환송심에 이르기까지 내리 세 차례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이로서 시장직 상실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에 지역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선 사퇴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억울함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또 각 부서에 “내년 아산방문의 해 사업을 발굴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아무 일 없다는 듯 시장직을 수행 중이다. 과연 이 같은 행보가 타당한지 검증하고자 파기환송심 판결문을 독자 여러분께 알리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아산신문] 박경귀 아산시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이 열렸던 지난 9일, 대전고등법원 일대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KBS·MBC·YTN·TJB 등 공중파 방송 취재진들은 공판 예정시간 보다 훨씬 이전부터 자리를 잡고 박 시장을 기다렸다.
법원에 도착한 박 시장 역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법정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들에게 선고 이후 기자회견을 하겠다며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자신감은 법정 안에서도 이어졌다. 박 시장에 대한 선고는 앞선 사건 선고로 인해 예정시간 보다 40분 뒤에 이뤄졌다.
기자는 방청석 맨 앞줄 오른쪽 끝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박 시장은 기자가 앉았던 자리 바로 뒤에 자리를 잡았다. 법정 안에서 박 시장은 자신의 선고를 기다리기 전, 옆자리에 앉았던 측근에게 "이 사건이 무슨 사건이냐?"고 묻는가 하면 피고석에 입장하기 전 하품을 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박 시장의 여유는 오래 가지 못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대전고법 제3형사부 김병식 부장판사는 무미건조한 어조로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김 부장판사가 30분 가까이 읽어 내려간 판결문 대부분은 "피고인(박경귀 아산시장 - 글쓴이)의 주장은 이유 없다"는 문장으로 끝났다.
이 지점에서 다시 한 번 박 시장 혐의를 살펴보면, 박 시장 측은 6.1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이던 지난 2022년 5월 25일 발표한 보도자료·성명서를 통해 당시 상대인 오세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이하 오 후보)의 원룸 허위매각 의혹을 제기했다.
박 시장 측이 근거로 내세운 건 ⓵ 원룸건물 매수자와 오 후보 배우자가 성씨가 윤 씨로 같다는 점 ⓶ 원룸건물 소유권이 이전된 날 담보신탁이 아닌 관리신탁 됐다는 점 등 두 가지다.
뿐만 아니라 박 시장 측은 보도자료·성명서를 언론에 배포하고, 여러 언론사가 이를 기사화하자 지지층에 기사 URL을 첨부한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문자메시지엔 "빗발치는 오세현 후보의 부동산 비리 의혹들을 추가 폭로한다. 철저한 사실관계와 증거를 기반으로 당당히 말씀드린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진실을 확인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시장 측은 1·2심에 이어 파기환송심까지 보도자료·성명서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고 내용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원룸 건물에 오세현 전 후보 배우자의 연락처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가 허위매각 의혹제기 이후 사라졌다며 이는 허위매각으로 볼 상당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원룸매각 의혹은 비윤리적인 풍기역 개발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제기한 의혹"이라는 주장까지 폈다.
하지만 재판부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 판단을 그대로 옮긴다.
"피고인(박경귀 아산시장 - 글쓴이)이 지역신문 이 아무개 기자에게 제보를 받은 이후 박완호 본부장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조사했음에도 오세현 후보가 이 사건 건물을 허위로 매각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근거나 자료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박 본부장이 2022년 5월 24일 피고인에게 보도자료·성명서를 작성해 기자들에게 배포하겠다고 말하자, 피고인은 관련 내용을 검색해 보거나, 신탁원부 등 자료를 검토 하려 하지 않았고, 박 본부장의 보고가 객관적 사실과 자료에 근거한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결국 피고인은 이 기자로부터 받은 제보의 진위를 확인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아니한 채 보도자료·성명서 작성과 배포를 승인했다."
"보도자료·성명서와 이를 기사화한 보도에서 오 후보가 원룸건물을 허위 매각했다는 근거로 제시한 논거는, ‘건물 소유권이 매수인 윤 모 씨에게 이전된 당일에 관리신탁등기가 마쳐졌다는 것’과 ‘오 후보의 배우자와 건물 매수인의 성씨가 같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해당 원룸건물이 관리신탁 되었다는 성명서 등의 내용이 허위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위와 같은 논거만으로는 이 건물이 허위 매각됐다는 결론이 도저히 도출되지 아니한다. 결국 보도자료 성명서와 언론보도는 아무런 객관적 근거 없이 오 후보의 건물 허위 매각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 시장 측이 제기한, "원룸 건물에 오 후보 배우자 연락처가 부착돼 있다 의혹제기 이후 사라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원룸건물 매각이 진실한 거래임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이고 분명한 정황들이 다수 존재하고, 피고인이 ’원룸건물 외벽 표지에 관한 주장이 과연 사실인지, 그 경위는 어떠한지‘ 등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주장과 같은 사정만을 들어 해당 건물의 허위 매각 의혹이 진실일 가능성이 있다거나, 피고인이 보도자료·성명서 등에 적힌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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