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 이어짐
[아산신문] 1심에서 1500만원 벌금형을 받은 박경귀 시장은 심리 내내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무엇보다 박 시장은 기소의 근거가 된, 오세현 더불어민주당 후보 원룸 건물 허위매각 의혹제기가 사실에 근거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이 같은 의혹 제기를 담은 보도자료·성명서를 2022년 5월 26일 오전 10시 6분에 전자메일로 배포했다.
그런데 지난 5월 있었던 피고인신문에서 박 시장은 이 의혹을 최초 제보한 A 기자로부터 5월 15일 경 관련 정보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때 박 시장은 “오 전 시장이 시민들에게 원룸 건물 두 채를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는 데 비판적이었지만 지번, 건물명 등은 몰랐다. A 기자가 이를 알려줬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문제의 보도자료·성명서에서 제기한 의혹은 크게 두 줄기다. 첫째 원룸 건물을 사들인 이가 오 전 시장 배우자와 똑같은 윤 씨라는 점, 두 번째는 이 건물이 ‘형식은 담보신탁이지만 실질적으론 관리신탁’이라는 점이다.
박 시장은 해당 보도자료·성명서에서 “소유권이 이전된 날 관리신탁이 되었다는 점, 매입한 등기인이 오 후보의 부인과 성이 같은 윤 모씨라는 점 등을 미뤄 봤을 때 시민의 입장에서 허위 매각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오 전 시장을 겨냥해 “풍기역 지구 부인 토지 셀프 개발 추진 의혹과 더불어 해당 문제에 대해서도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며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먼저 첫 번째 의혹, 즉 매도·매수인이 성씨만 같을 뿐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점은 A 기자 진술과 박 시장 피고인 진술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박 시장 스스로도 피고인신문에서 “A 기자에게서 두 사람의 관련성이 없다고 들었고, 성씨가 같은 게 큰 문제냐고 지나가는 말로 한 적 있다. 굳이 중요한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성명서 본문은 매도·매수인 사이에 모종의 연관관계가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관련 내용이 적힌 걸 몰랐다”고 했다. 이 답변 후 검찰과 박 시장 사이엔 이런 대화가 오갔다.
검찰 : 성명서 발표 후 기자회견을 하셨는데, 보고 받지 못한 내용이 성명서에 있음을 알았다면 수정해야 하지 않았나?
박 시장 : 그건 검찰 생각이다. 당시 기자회견은 보도자료 배포 후 이에 대한 의혹제기를 추가로 설명하는 자리이지 제가 이의제기하고 수정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신탁용어를 모른다던 박 시장, 성명서 내용은 달랐다
두 번째 신탁관련 내용도 보도자료·성명서와 박 시장 진술은 충돌한다. 먼저 검찰과 박 시장 사이에 오간 질의내용을 아래 인용한다.
검찰 : 성명서 내용 중 ‘담보신탁이 아니라 관리신탁’이라고 한 대목은 사전 보고 받았나?
박 시장 : 보고 받았다. 그런데도 일단 관리신탁·담보신탁 이란 용어 자체를 몰랐다. 이 때문에 어쨋든 (캠프 관계자로부터) 의혹이 있고, 처분권을 넘겨줬다는 말을 듣고 알아서하라고 했다. 보도자료 배포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용어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신탁 관련 내용은 꺼내지도 않았다.
검찰 : 담보신탁·관리신탁을 보고 받은 사실 자체는 기억하는가?
박 시장 : 박 아무개 본부장이 관리신탁·담보신탁 이야기를 했는데 종합적으로 보면 처분권을 넘겨주는 관리신탁으로 말한 걸 얼핏 들었다. 이 용어를 사용했어도 취지만 생각했지, 용어는 신경 쓰지 못했다. 취지는 신탁된 게 이상하다는 거였다. 그래서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검찰 : 피고는 상대 후보를 향해 새로운 부동산 허위매각 의혹 제기하는 성명서 발표하는 중에 용어에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용어에 신경 쓰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박 시장 : 모르는 데 어떻게 신경 쓸 수 있나? 사후적으로 볼 때 용어를 준별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지, 취지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거니와 선거 때 누가 용어 하나하나를 구분하고 파악하겠나? 그럴 시간이 전혀 없다. 30초·1분도 못 만나는 상황이었기에, 그런 걸 이야기하고 판단하고 논의할 시간은 없다.
이렇듯 박 시장은 용어를 모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성명서 내용은 다르다. 박 시장은 성명서에서 관리신탁을 “계약에 따라 신탁사에서 소유권, 유지, 보수, 임대차 관리, 세제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수익을 되돌려 주는 제도”라고 적시했다.
이어 “보통 부동산을 매입하며 유발된 부채 문제로 인해 근저당 설정 등을 사유로 담보신탁하는 경우는 있지만 오 후보 부동산의 관리신탁 케이스는 거의 드문 일”이라고 의혹제기를 이어 나갔다.
박 시장은 피고인신문 말미에 자신의 의혹제기가 “시민 상식 선에서 제기된 의혹”이라며 “재판과정에서 알게된 내용으로 보면 (오 전 시장 허위매각 의혹이) 여전히 석연치 않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시장의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합을 벌이는 상대후보자에 대해 적격을 검증한다는 미명 아래 근거가 박약한 의혹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상대 후보자는 반박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할 수 있고, 유권자들의 선택은 오도되고 말 것”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박 시장이 항소했지만 법조인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되려 가중처벌 요소가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B 변호사는 “피고인 신문에서 나온 진술을 보면 박 시장이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을 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여기에 선거일에 임박해서 중요한 판단사항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보이므로, 오히려 가중요소에 해당한다. 이 경우는 벌금형은 아예 없고 징역 1~3년형을 선고하도록 했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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