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천안은 박상돈 현 시장이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아산은 더불어민주당 오세현 후보와 국민의힘 박경귀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박 후보가 1.13%p 차로 당선을 확정했다. 충남지사는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가 민주당 양승조 후보에 일찌감치 승세를 굳혔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반쪽짜리’라고 하기에도 민망하다. 기자는 본 투표 당일 아산시 배방읍 배방중학교에 마련된 제14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소 분위기는 시종 한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현장에서 투표를 관리하던 사무원들은 유권자들의 행렬이 지난 대선만도 못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투표소 사정도 비슷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통계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천안시 서북구와 동남구의 최종 투표율은 모두 42.4%에 그쳤다. 아산시 최종 투표율도 44.4%로 50%선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 투표율 역시 49.8%에 불과했다.
84일 전 치러진 제20대 대선 투표율이 77.1%였음을 감안해 보면 이번 지방선거는 절반 이상의 유권자가 투표를 외면했다고 밖엔 볼 수 없다.
역대 지방선거 결과를 살펴봐도 이번 선거는 앞선 7회 지방선거 60.2%에 크게 못 미치는데다, 3회 지방선거 48.9%에 이어 역대 최저다. 천안·아산 지역 투표율은 지난 선거 대비 10%p 넘게 하락했다.
이 지점에서 여야 각 정당에 묻는다. 왜 천안·아산 시민 절반은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을까? 아니, 왜 전국 유권자 절반은 투표를 하지 않았을까?
정치 냉소 부른 거대 양당 시스템 오작동
지난 선거 기간 동안 거리는 붉은 색과 푸른 색으로 뒤덮였다. 전국적인 판세도 붉은 색 국민의힘과 푸른 색 민주당의 양강 구도였다. 그런데 결과를 떠나 두 정당 모두 유권자가 만족할만한 최선의 후보를 내놓았는지는 의문이다.
천안·아산 두 곳 모두 공천과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본 선거도 예외는 아니었다. 후보간 흑색선전과 고소고발이 그야말로 난무했다.
이러니 유권자로선 최선이 아닌 차악을 택해야 할 수 밖엔 없었다. 충남 지역 선거결과는 국민의힘이 압승이다. 이렇게 압승할 수 있었던 건, ‘그나마’ 국민의힘 지지층이 ‘윤석열 새정부에 힘을 실어주자’며 투표장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대선 패배 이후 갈팡질팡 하는 당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 선거 한 달을 앞두고 지역 중진 박완주 의원이 성비위로 제명당하는 악재가 터졌다. 민주당 출마자들은 ‘윤석열 정부 견제’와 ‘지역 일꾼론’을 부각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불러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천안·아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선거를 놓고 보면 거대 양당 체제가 오작동을 일으켰다고 밖엔 볼 수 없다.
수차례 언급했지만 정당공천제는 정당 시스템을 통해 검증된 후보자를 선별하자는 게 근본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가 무색하게 기성 정당은 인재를 키우기보다 계파로 줄 세우고, 당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당을 하루아침에 바꾸는가 하면, 단지 명망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영입해 치장한다. 이러니 유권자로선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할 수밖엔 없고, 결국 선거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것이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두 차례 큰 선거를 치러낸 유권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그리고 당선인 모두에게 축하 인사를 드린다.
당선인들은 앞으로 4년 동안 유권자들이 보내준 한 표의 무게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혹여 단체장으로서 권력을 휘두르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당부한다. 아무리 덕담을 건네고 싶어도, 이번 선거 결과는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겸허한 자세로 도민·시민·군민을 섬기는 지역일꾼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줄 것을 주문한다. 무엇보다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이들의 마음을 다잡아주기를 당부한다. 4년 후 혹독하게 심판당하기 싫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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