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지난 16~17일 기록적인 폭우가 아산은 물론 충남 전역에 내렸던 가운데 아산시가 입었던 피해는 공공시설만 약 193억 원에 달한다.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에 등록된 총 피해 액수도 408억 원 규모다.

그 가운데 곡교천이 자리한 염치읍 일대 피해는 유독 심했다. 곡교리 음봉천 제방이 유실되면서 석정리까지 주택 116동과 농경지 169ha, 17개 축사가 물에 잠겼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여기에는 일부 시민들과 공직자들의 용기있는 구조활동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17일 오전 8시쯤, 전날부터 쏟아진 폭우로 침수 피해가 걱정됐던 심용근 염치읍장과 최욱진 산업팀장, 박현우 주무관은 현장점검에 나섰다. 곡교지하차도를 지날 때쯤 이들 일행은 교통통제 이전 지하도로 진입한 승용차 한 대가 차오르는 물속에 갇힌 것을 발견했다. 당시 운전자는 가까스로 차량에서 빠져나와 보닛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최 팀장이 물속으로 들어가 구조를 하고자 했지만 거친 물살에 놀라 들어가지 못했고, 구조기구를 찾던 중 인근 편의점 업주가 전선을 제공, 이를 로프로 활용해 운전자를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다.

이들은 또 같은 날 오전 11시쯤 염치교차로 일대를 살피던 중 또 다시 위급한 장면을 마주한다. 불어난 물속에서 강아지를 끌어안은 채 갇혀 있던 유튜버 조성근 씨를 발견한 것이다. 당시 조 씨는 컨테이너 건물 옆에 묶여 불어난 흙탕물 위로 고개만 내밀고 강아지를 구하기 위해 뛰어 들었다는 게 염치읍 측의 설명이다. 심용근 읍장과 함께 있던 홍성표 새마을지도자는 현장에 걸려 있던 현수막을 해체해 구조로프를 만들어 던졌고 이를 통해 조 씨와 강아지는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조성근 씨는 며칠 뒤 염치읍을 찾아 감사인사와 함께 사례금을 전했지만 심 읍장 등은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오후 3시 무렵, 곡교1리에서 육계 유통업에 종사하는 윤기호 대표는 물이 찬 구간을 건너다 갑자기 중심을 잃고 쓰러진 80대 김 모씨를 발견했다. 윤 대표는 주저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발이 닿는 구간까지 다가간 후 힘껏 김 씨를 밀어내 구출에 성공했다. 김 씨는 다행히 큰 외상이 없었고 진정 후 귀가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오세현 시장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기는 재난 속에서도, 누군가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손을 내밀었기에 이번 집중호우 속 ‘인명피해 0명’을 지킬 수 있었다”며 “이는 우연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한 행동이 모여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