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봄철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기념식과 각종 행사가 줄을 잇는다. 그러나 이 행사들이 진정한 의미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본래의 취지는 뒷전이고, 선출직 공직자들의 소개와 인사말에 과도한 시간을 쏟는 잘못된 관행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행사에 초청된 선출직 의원과 단체장들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사회자는 그들의 직책과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한다. 이어지는 인사말은 대체로 형식적이며, 행사 취지와는 동떨어진 내용으로 일관된다. 그 사이 행사의 주인공이어야 할 시민과 수혜자들은 구경꾼으로 전락한다. 어떤 경우에는 특정 인사가 도착할 때까지 행사를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명백히 주객이 전도된 풍경이다.
선출직 공직자는 시민의 선택을 받아 일하는 '공복(公僕)'이다. 스스로 권위를 내세우거나 대접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공직자들은 행사장에서 ‘상전’처럼 행동하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 든다. 이러한 태도는 시민의 위임 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다.
행사의 주인은 공직자가 아니라 시민이다. 이제는 의전 중심의 행사가 아니라, 시민 중심의 행사로 거듭나야 한다. 행사 좌석 배치부터 발언 순서까지, 형식적인 관례에 얽매이지 말고 행사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공직자들은 의전의 중심이 아닌, 조용한 경청자이자 협력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방정부와 주최 측도 반성해야 한다. 행사를 기획할 때 '누구를 모시는가'보다 '무엇을 위한 자리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을 소외시키는 행사라면, 그 자체가 정치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
겉치레와 권위에서 벗어나, 진정성 있는 정치와 겸손한 의전이 자리잡을 때 비로소 시민은 정치인을 믿고 지지할 수 있다. 이제는 의전도, 정치인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정치인은 주인이 아니라 '파견된 종업원'이다. 시민이 주인이고, 행사장의 앞자리는 시민의 것이다. 정치인은 그 뒤에서 묵묵히 듣고,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시민을 상전으로 모셔라" 이 단순한 원칙이 지켜질 때 비로소 진짜 민주주의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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