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기획특집] 전쟁터 된 건설현장, ‘노조 땡깡’ 다시 고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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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전쟁터 된 건설현장, ‘노조 땡깡’ 다시 고개 든다

기사입력 2025.05.0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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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1.jpg
아산신문DB. 사진은 기사내용과 상관 없음.

 

[아산신문]윤석열 정부 출범 초반, 정부는 건설현장에서 벌어지는 불법 노조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강력한 단속을 벌였다. 현장 땡깡, 자리세 요구, 폭력적 점거에 대해선 즉각적인 경찰 출동과 법적 조치가 이어졌고, 일시적으로 조용해진 듯했다. 그러나 정권 내 탄핵과 파면 등 정치적 부담이 겹치며 단속이 느슨해지자,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충남 천안·아산 지역은 최근 들어 양대 노총의 세력 다툼이 극심해진 대표적 격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조폭식 땡깡이 다시 시작됐다

 

천안시 서북구의 한 대형 아파트 신축현장. 지난 4월 초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작업장 입구를 점거하고 굴착기 운행을 막았다. 이유는 “자기네 조합원을 더 채용하라”는 요구. 이에 반발한 한국노총 측 조합원들과 현장에서 고성이 오가고 멱살잡이까지 이어졌다.

 

현장 관리자 B씨는 “2022년만 해도 경찰이 금방 와서 해산시키고 수사도 했는데, 요즘은 불러도 눈치만 보고 안 움직이니 조합원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이러다 현장 관리가 아니라 ‘치안 유지’가 주 업무가 될 판”이라고 한탄했다.

 

천안·아산은 양대 노총의 격전지

 

천안과 아산은 수도권과 가까운 대규모 개발지로, 현재도 신도시와 산업단지 공사가 줄줄이 진행 중이다. 자연히 ‘일자리’라는 이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며 노조 간 다툼이 치열해졌다.

 

천안지역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민노총은 천안 도심과 대형 민자 사업에 강하고, 한노총은 산업단지·기계 장비 쪽에 영향력이 있다”며 “최근엔 상호 간 영역 침범이 많아지며 몸싸움, 금품 요구, 공사 지연이 빈번하다”고 전했다.

 

아산 탕정지구의 한 현장 관계자도 “지난달 장비 반입을 놓고 노조 간 충돌이 일어 경찰이 출동했지만, 양측 모두 처벌은커녕 경고만 받고 끝났다”며 “법을 무서워하지 않는데 어떻게 일을 하나”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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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신문DB. 사진은 기사내용과 상관 없음.

 

경찰 수사 ‘있으나 마나’…처벌은 극소수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천안·아산 지역에서 건설현장 관련 노조 갈등으로 접수된 사건은 총 38건에 달한다. 이 중 26건은 장비 반입 방해, 인력 강요, 불법 집회 등 명백한 업무방해에 해당하며, 나머지는 폭행·협박·금품요구 등 형사사건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기소로 이어진 사건은 단 3건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노조 간 단순 충돌”, “당사자 간 화해” 등을 이유로 불입건 또는 경고 처분에 그쳤다.

 

충남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사건 대부분이 다툼 직후 노조 간 합의되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가 쉽지 않다”며 “강제수사에는 법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이를 ‘봐주기식 대응’이라고 비판한다. 성성지구 A아파트 현장 관계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번갈아 가며 공사 진입로를 막았고, 이로 인해 장비 가동이 수일간 중단됐지만 경찰은 양쪽에 ‘자제해 달라’는 말만 하고 돌아갔다”며 “결국 피해는 건설사와 노동자에게 돌아간다”고 토로했다.

 

노조 간 충돌로 인한 경찰 출동은 올 들어서만 성성지구에서 최소 6회 이상 발생했지만, 형사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0건이다. 경찰이 단속 의지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권 보호 중요하지만, 이권폭력은 용납 안 돼

 

노조는 분명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는 중요한 사회적 제도다. 그러나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부 조합의 폭력과 금품 요구는 ‘노동권’이라는 이름을 빌린 이권폭력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행동이 방치될 경우, 조직 내부에서도 '합법적 활동'이 설 자리를 잃는다는 점이다.

 

노동시장 전문가들은 “노조 내부에서도 자정노력이 필요하며, 정부 또한 단속의 일관성과 신뢰를 잃어선 안 된다”며 “특히 충남권같이 개발이 집중된 지역에선 집중단속과 지역별 상설 기동수사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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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신문DB. 사진은 기사내용과 상관 없음.

 

노조 측 “정당한 교섭 요구를 범죄 취급”

 

민주노총 충남건설노조 관계자는 “건설사 측이 수년째 불법 하도급과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사용을 반복하면서도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어, 현장 압박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타 지역 장비들이 넘어 오면서 문제가 발생, 서로 우리 장비 써달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 제기를 조폭행위로 몰아붙이는 건 의도적 왜곡”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천안지부 관계자 역시 “민주노총과의 현장 갈등은 일부 사례일 뿐이며, 대부분의 노조 활동은 현장 안전과 고용 안정을 위한 정상적 조치”라며 “특정 정치 프레임에 편승해 노동자의 권리를 매도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자리걸음인 제도 개선, 정부 대응 다시 강화해야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감시체계를 재정비 중”이라며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역 현장에서는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경찰이나 고용노동부 지역지청의 대응이 “현장 눈치만 본다”는 지적도 계속된다.

 

노동문제 전문가 K교수는 “정권 초반의 단호한 대응이 잠깐 분위기를 바꿨지만, 정치와 검찰 조직의 혼란이 곧 현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이대로면 지방 건설현장은 다시 '노조 갈취'의 무법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안·아산 건설현장은 지금, 조합의 이름 아래 이권을 둘러싼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공사현장은 법이 있어야 일도 가능하다. 건설노조의 위법 행위에 대한 일관된 법 집행과, 지역 기반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 피해는 결국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려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건설 산업 전체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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