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사법부 판단은 사회의 '기준'을 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재판을 맡은 판사는 최종 판단까지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다.
물론 ‘모든’ 판결이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판사의 사법적 판단은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에게라도 쉽사리 납득되어야 한다.
혹시라도 극단의 정치적 이념 성향에 치우쳤거나. 권력 혹은 사회기득권의 이해만 대변한다면 그 사회는 혼란으로 빠져들기 십상이다.
이런 점에서 박경귀 전 아산시장과 아산시를 상대로 직권남용 손해배상 소송을 낸 송남중학교 학부모 소송단에 패소 판결을 내린 천안지원 민사3 단독 신혁재 부장판사의 판결은 현실과 괴리된 판결이라고 감히 말하고자 한다.
이 손배소의 핵심 줄기는 “박경귀 전 아산시장이 재임 시절 일방적으로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를 중단해 자녀들이 양질의 교육 활동에 참가할 수 없게 되면서 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이에 32명 소송인에 1인당 120만원 씩 총 384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분명이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이 소송의 목적이 단순히 원고측이 피고를 상대로 배상금을 지급받으려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보다 박 전 시장의 일방행정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묻는 소송이라는 게 진실에 부합한다.
하지만 재판부 판단에 이 같은 의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지자체의 재량권만 인정했다.
사실 지자체의 행정행위를 두고 법적 책임을 따지는 소송의 경우, 법원은 지자체에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강하다. 1심 재판부인 천안지원 민사3 단독 신혁재 부장판사의 판단도 이 같은 경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의회 심의·의결 예산 집행거부도 지자체장 재량?
그러나 이 같은 경향을 감안하더라도 1심 재판부 판단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 중단은 박 전 시장이 의회가 심의·의결한 교육지원경비 예산 집행을 거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지자체장이 기초의회가 심의·의결한 예산을 사후에 집행거부를 한 건 그야말로 초유의 일이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뻔뻔하게도 "본질적인 교육사업은 국비로 하는 게 맞다"며 되치기 했다.
우리 법은 이 같은 행위가 불법인지 여부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즉, 관련 법령이 없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굳이 법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시민 대의기구인 기초의회가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면, 지자체장은 ‘당연히’ 이를 집행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범이 작동해 왔기 때문이다.
민주화 이후 우리 헌정 사상 국회가 심의·의결한 예산을 대통령이 사후에 일방적으로 집행 거부한 사례가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박 전 시장은 이 같은 암묵적 규범을 깨뜨렸다. 그야말로 최악의 선례다. 그리고 이 같은 처사는 송남중 학부모회가 소송단을 꾸려 손배소를 내는 사태를 불렀다.
그런데도 이 모든 전후상황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지자체 재량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만약 1심 판단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이제 아산시, 아니 전국 모든 지자체장이 의회가 심의·의결한 예산 집행을 자의적으로 거부하고선 '지자체장 재량'이라고 버티는 게 가능해진다.
다행히 송남중 비상대책위원회는 항소하기로 뜻을 모았다.
앞서 적었듯 이 소송은 박 전 시장 재임시절 벌어진 최악의 행정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사뭇 심각한 의미를 지닌 소송이라는 판단이다. 게다가 이 소송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지자체장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확대할 위험이 높다.
법적 다툼은 비용과 시간을 소진하게 만든다. 그래서 쉽지 않은 길을 택한 송남중 학부모 소송단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항소심 법원이 잘못된 행정에 대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따져 상응한 법적 책임을 물어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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