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언제부터인가 아산시에 비밀이 많아졌다.
먼저 박경귀 아산시장은 추석 명절 연휴 마지막날인 18일부터 20일까지 '잠행'에 들어갔다. 시민들 대부분은 명절 연휴 마지막날엔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그간 들뜬 마음을 추스린다. 그러나 39만 아산시민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시장은 되려 명절 연휴 마지막날부터 일정을 중단했다.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들은 국가안보나 외교 등 '보안'을 요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세부일정을 낱낱이 공개한다. 추석 명절 연휴라고 예외는 아니다.
민주주의가 잘 정착한 미국·유럽 등은 대통령·총리 동선을 아예 시간대별로 알린다. 이런 이유에서 박 시장의 행보는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건 아산시의 비밀행정이다. 박 시장 일정과 관련,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비서실에 물었지만 "말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뿐만 아니다. 유성녀 신임 아산문화재단 대표 자격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박경귀 아산시장이 '방패막이'를 자청해 해명에 나섰을 뿐, 정작 유 대표 본인이 책임 있는 해명을 내놓은 적이 없다.
이에 아산시의회 천철호 시의원(민주, 다)은 아산시에 아산문화재단 대표이사·선임이사 면접결과 보고서 제출을 의뢰했다.
아산시는 이 같은 요청에 보고서를 냈지만, 면접 당시 참석인원·대표이사 면접전형자 명단·선임직 이사 후보 명단 등 주요 정보는 검게 칠해져 있었다. 이에 대해 천 의원은 "아산시 집행부가 관련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자료제출을 거부한다"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산 신도시 센트럴시티 도시개발’ 사업자인 H 건설사가 아산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한 24억 상당의 조형물 역시 작품·작가 정보는 '깜깜이'다. 작품·작가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아산시는 "작가가 부동의해서"라고 답했다.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한 편으론 이해하지만, 아무런 작품정보도 확보하지 못한 채 조형물을 들이기로 결정한 점은 뒷맛이 개운찮다.
여기에 민선 8기 박경귀 시장 취임 이후 임명된 정책특별보좌관 임명 과정이나 아산항 개발에 반대한 팀장급 직원에 대한 보복성 인사 의혹 등도 의문투성이다.
투명성 거스르는 비밀주의, 엄연한 불법이다
민주주의 행정의 기본 요소는 바로 '투명성'이다. 행정절차법 제5조 1은 "행정청이 행하는 행정작용은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명확하여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산시 행정은 이 같은 원칙을 거스르기 일쑤다. 그리고 아산시정의 퇴행 징후는 박 시장 취임 시점과 정확히 겹친다.
박 시장 주변의 극소수 이익공동체를 제외한 대다수 선량한 아산시민은 대법원 최종 선고만을 그야말로 '애타게' 기다린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박 시장 취임 이후 벌어진 퇴행 현상에 따른 피로감이다. 대법원이 일체의 정치적 계산을 배제하고 오로지 법리에 따른 판단으로 조속히 박 시장 거취를 정해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