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과 쓴 것 아냐” 실토한 담당 팀장, 공직사회 위계 흔든 중대 사안
보도 내용에 ‘소설’ 운운 아산시, 언론 무시하나? 해명 앞뒤 맞지 않아
[아산신문] 아산시가 본지 보도에 대해 출처 불명의 해명자료를 내놓은 것으로 취재 확인했다. 총체적 부실행정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저간의 사정은 이렇다. 다만 이에 앞서 이번 사안은 아산시 공직사회의 난맥상을 드러낸 것이라 판단, 본지는 박경귀 아산시장과 아산시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철저한 경위설명을 촉구한다.
본지는 지난 8월 8일자 "박경귀 아산시장, 유성녀 대표와 유럽출장 가려다 '취소'했다"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작성자인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잦은 국외출장으로 비난여론을 샀던 박경귀 아산시장이 이번 달에도 국외출장을 기획했다가 취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국외출장엔 유성녀 아산문화재단 대표를 동행하기로 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아산시와 아산문화재단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이번 달 오스트리아 출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기획은 무산됐다"는 취재내용을 적었다.
이에 대해 아산시는 8월 13일 아산시 홈페이지에 해명자료를 올렸다.
아산시는 해명자료에서 "‘유성녀 대표의 의지가 작용해 박경귀 시장의 유럽 출장이 취소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박경귀 시장의 8월 출장은 취소된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 무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해당 출장은 검토 단계에서 무산되어 본격 추진된 바 없다. 기본 계획서조차 작성된 바 없기에, ‘취소’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8월 해외 일정은‘폭염’과 ‘폭우’로 무산됐으며, 구상 단계에서 무산된 만큼 출장자 명단은 확정된 바 없다"고 알렸다.
해당 보도자료는 총 4쪽 분량으로 천안신문 보도내용을 상세히 반박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특히 아산시는 해명자료에서 "해당 기사는 ‘유성녀 대표의 출장 동행이 고려되었다’, ‘출장이 추진되었다가 무산되었다’는 두 가지 사실만을 기초로 쓴 소설을 사실인 양 기사화했다"며 본지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유성녀 대표 역시 "기자의 질문에 ‘가더라도 내 휴가를 사용해 사비로 갈 것’이라고 답했을 뿐이라며, 기사에 자신의 발언으로 등장하는 ‘주변 시선을 고려, 출장 일정에 동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발언은 한 적이 없다"며 "익명의 시민 발언 뒤에 숨어 심각한 명예훼손을 저지른 해당 기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알렸다.
보도 내용에 ‘소설’ 운운한 아산시, 언론 무시하나?
아산시를 비롯, 정부와 각 지자체는 출입기자를 통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언론 보도내용에 대해 해명하거나 적극 반박한다.
이 점은 자연스런 흐름이다. 하지만 "취소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느니, "두 가지 사실만을 기초로 쓴 소설을 사실인 양 기사화했다"는 식의 반박은 언론을 무시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아산시의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자는 신뢰할만한 취재원으로부터 박 시장이 8월 중 유 대표와 오스트리아 출장을 계획중이란 제보를 받았다. 이에 제보 내용을 검증하고자 지난 8월 2일 오전 담당부서인 문화예술과 이유영 과장에게 전화해 경위를 물었다.
기자의 질문에 이유영 과장은 "확실하게 알지 못했다", "이야기는 나왔지만 기획서가 나오거나 한 건 아니었다"고 답했고, 기자는 이 과장의 답변을 기사 본문에 반영했다.
하지만 아산시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해명자료는 박 시장이 오스트리아 출장을 계획했다가 취소한 경위, 유성녀 대표와의 연관성 등에 대해 A4 용지 두 쪽 분량으로 상세히 설명한다.
눈에 띠는 건 해명자료 작성자다. 해명자료엔 최 모 팀장과 박 모 주무관 이름이 적혀 있는데 둘 다 과장보다 아래 직급이다. 즉, 담당부서 과장이 잘 모르는 내용을 하급자인 팀장과 주무관이 자세히 파악해서 해명자료를 작성한 셈이다.
이에 기자는 최 팀장을 만나 해명자료 작성 경위를 따져 물었다. 이때 최 팀장은 "우리부서(문화예술과)가 작성한 게 아니다"고 답했다.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기자는 전직 공무원에게 해당 자료를 보여주며 자문을 구했다. 전직 공무원은 "각 과별로 고유 아이디가 있다. 해당 해명자료는 문화예술과에서 올렸음이 분명하고 담당자 이름까지 명기돼 있다. 그런데 정작 작성은 다른 과에서 했다고? 위계가 분명한 공직 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자는 경위를 더 파악하고자 오늘(29일) 오전 심현성 홍보담당관에게 전화로 질문하고자 했지만 심 담당관은 "취재하려는 것이냐? 그럼 답하지 않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소통담당관실에도 문의했으나 "알아보고 회신하겠다"는 답변만 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작성자가 의심스러운 해명자료를 내고, 이 해명자료에서 언론의 취재 보도행위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한것에 대해 박경귀 아산시장과 아산시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
이어 해명자료가 어떤 경위로 작성돼 문화예술과 이름으로 시 공식 홈페이지에 걸리게 됐는지 소상히 밝히기 바란다.
이미 유 대표가 법적 조치를 시사한 만큼, 본지는 유 대표가 조치에 들어가는 즉시 박 시장과 아산시를 상대로 법적으로 강력 맞대응할 방침임을 분명히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