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특별기획] ‘퇴출 지경’ 박경귀 아산시장, 출구전략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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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퇴출 지경’ 박경귀 아산시장, 출구전략 찾을 때다

“억울함 해소되지 않았다”는 박 시장, 반성하고 현실 직시할 때
기사입력 2024.07.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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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대전고법에 도착한 박경귀 아산시장.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박 시장의 정치적 입지는 사실상 무너져 내렸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아산신문]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경귀 아산시장이 퇴출 지경에 몰렸다. 

 

무엇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어제(9일) 오후 열린 선고공판에서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박 시장의 정치적 입지는 거의 무너져 내렸다고 봄이 타당하다. 

 

2023년 1월 11일 첫 심리를 시작으로 2024년 7월 9일에 이르기까지 1년 6개월의 시간 동안 박 시장은 꽤나 인상적인 어록을 남겼다. 지난해 2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린 두 번째 심리에서 박 시장은 기자를 향해 "경거망동 하지 마라"·"스토커님, 대기자가 되라"는, 상식 이하의 막말을 쏟아냈다. 

 

지난해 8월 대전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가 1심 형량인 1500만원 벌금형을 유지하자 법원을 빠져 나가면서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어 어제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 법원을 빠져나가면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억울함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간 이뤄진 재판을 지켜보면서 박 시장에겐 수오지심(羞惡之心), 즉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이 전혀 없지 않나 하는 인상을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제 나온, "억울함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박 시장의 말에서 다시 한 번 부끄러움을 전혀 느낄 줄 모르는 한 인간을 목격했다. 

 

재판부에 깍듯했던 박 시장, 선고 이후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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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 아산시장 시장에겐 대법원 상고라는,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았다. 그러나 대법원이 재차 파기환송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인들의 견해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지난 달 6월 4일 오후 박 시장은 피고인 신문을 마쳤다. 그리고 최후진술에서 깍듯한 어조로 재판부에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박 시장의 진술을 그대로 옮긴다. 


"지난 재판과정에서 피고로서 납득할 만한 것들이 이뤄지지 않았다. 제 사정을 경청해 주지 않았다. 이런 차원에서 파기환송 이후 이번 재판을 맡은 재판장님과 두 분 재판관께서 어떤 편견도 갖지 않고, 모든 부분에서 검찰 측과 제 의견을 충분히 들어주시는 모습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실제 재판부인 대전고법 제3형사부(김병식 부장판사)는 박 시장 변호인인 법무법인 '바른' 노만경 변호사가 내민(?)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원룸 허위매각 의혹을 제보한 지역매체 소속 A 기자와 선거캠프 박완호 본부장·보도자료 작성을 전담한 B 정책실장 등을 공범으로 인정했고, 공소장 변경 요구도 수용했다. 뿐만 아니라 증인 신문과 피고인 신문을 하자는 요구 역시 받아들였다. 


법정엔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대전으로 온 시민들도 여럿 있었다. 이들은 재판부가 변호인 측 요구를 너무 쉽게 수긍한다며 탄식했다. 기자 역시 ‘봐주기’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다행히’ 선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30분 넘게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판결문은 매번 '박 시장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때마다 법정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법정 안 분위기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정점에 올랐다. 선고 내용을 아래 옮긴다. 


"상대 오세현 민주당 후보에 대해 허위매각 의혹을 제기한 보도자료·성명서는 객관적 사실관계에 기반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고, 다른 투기 의혹은 '빙산의 일각'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허위매각 의혹을 비중 있게 언급했다. 보도자료·성명서는 단순히 상대후보인 오세현의 투기 의혹을 제기하는 데서 더 나아가 허위사실을 공표해 선거인에게 부정적 인식 강화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 위와 같은 사정을 감안해 볼 때 잘못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김병식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면서 징역형에 처할 수도 있음을 언급했지만, 공소장이 바뀐 정상이 있다며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한 마디로, 박 시장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벗을 유력한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는 말이다. 재판부가 충분한 기회를 줬음에도. 


어처구니없는 건, 박 시장 측이 허위매각으로 의심할 만한 증거로 제출한 자료가 고작 포털 '네이버 거리뷰' 사진 정도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허위매각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지 다시 한 번 느꼈다"며 냉소했다. 


이래놓고도 박 시장은 억울함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법원을 빠져 나갔다. 도대체 얼마만큼 더 반론의 기회를 줘야 억울한 감정에서 벗어나 사실을 받아들일까? 


‘사실’이 갖는 힘 간과한 박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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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피고인 신문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는 박경귀 아산시장(왼쪽)과 변호인 법무법인 '바른' 노만경 변호사(오른쪽). 박 시장은 대형로펌 전관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아직 박 시장에겐 대법원 재상고라는,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았다. 그러나 대법원이 무죄취지가 아닌 절차상 하자를 들어 파기환송했고, 박 시장이 세 번 내리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 받은 데다, 파기환송심에서 박 시장 주장이 전부 기각된 만큼 대법원이 재차 파기환송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인들의 견해다. 


박 시장으로선 억울할 수도 있겠다. 수임료 수 억을 '호가'하는 대형로펌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박 시장이 간과한 게 있다. 제 아무리 화려한 이력의 전관변호사가 이리저리 물타기를 시도해도 '사실'이 갖는 힘은 약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말이다. 


박 시장은 이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오는 17일로 예정한 유럽 3개국 방문 일정부터 얼른 취소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지난 2년간 시장 '행세'를 하면서 자의적 권력행사로 시정의 근간마저 파탄 낸 데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박 시장께 간곡히 당부한다. 우선 시민에게 사죄하고 최소한의 명예라도 추스릴 수 있도록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바란다. 이 지경까지 와서도 시장직에 연연한다면 그 결과는 더욱 파국적일 수 있음을 감히 말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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