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기획] 유성녀 대표 ‘대변기구’ 전락한 아산시, 시민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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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유성녀 대표 ‘대변기구’ 전락한 아산시, 시민은 부끄럽다

유 대표 여러 의혹 속 임기 시작, 박경귀 아산시장 ‘방패막이’ 자처
기사입력 2024.07.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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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 시장과 아산시는 유성녀 대표가 공론의 장으로 나올 때 마다 방패막이 구실을 해 논란이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아산신문] 유성녀 아산문화재단 신임 대표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지역 예술계를 넘어 지역사회마저 뒤흔들고 있다. 특히 박경귀 아산시장과 아산시가 유 대표 감싸기에 적극적이어서 공직사회가 유 대표 대변기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지난 과정을 살펴보자. 유성녀 대표 이름이 본격 공론의 장에 오른 건 지난달 6월 17일 아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였다. 이때 문화환경위원회는 유 대표(당시는 문화정책특보) 출석을 요구했지만 유 대표는 개인사정을 들어 거부했다. 

 

행정사무감사에선 아산시가 유 특보에 대해 각종 특혜를 준 정황이 잇달아 불거져 나왔다. 이런 와중에 유 대표는 지난달 20일 오후 아산문화재단 대표이사 면접 전형에 응시하기 위해 면접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24일 오전 아산문화재단은 유 대표 선임을 발표했다. 

 

논란은 6월 28일 정점에 올랐다. 이날 오전 아산시의회 김미성 시의원은 유 대표의 논문표절·경력부풀리기 의혹을 꺼내 들었다. 이러자 박 시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이 시기 동안 지역·중앙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언론이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기자는 유 대표를 두 차례 만났고, 그때마다 유 대표는 가감없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어려운 와중임에도 접촉에 응해준데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의아한 건 박 시장과 아산시의 대응이다. 앞서 적었듯 박 시장은 유 대표 논문표절·경력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자 즉각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적극 해명했다. 

 

간담회 자리엔 유 대표도 배석했지만, 질의응답을 주도한 이는 박 시장이었다. 박 시장은 짜증 섞인 어조로 유 대표에 대해 제기된 의혹이 '악의적인 프레임'이라고 받아쳤다. 

 

한편 아산시는 공식 홈페이지 하단에 개설된 '보도해명' 메뉴를 지난 6월 20일부터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날 하루에만 7건의 해명자료가 올라왔다. 해명자료 대부분은 '이순신 순국제전 상여제작' 해외출장 '벤치마킹' 등 그간 본지가 제기했던 시정 문제점을 적극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점을 둔 주제는 '유성녀 대표'였다. 아산시는 6월 25일과 7월 4일 두 차례에 걸쳐 유 대표 관련 문제제기를 적극 반박했다. 

 

아산시는 6월 25일자 해명자료에서 아산시가 유 대표에게 2년 연속 표창패를 준 사실을 알린 본지 보도에 대해 "유성녀 총감독은 축제 총감독으로서 과업을 수행해 올해 이순신축제의 품격을 높이는데 기여 했으며 축제 성공 개최로 아산시민과 관람객의 문화예술 향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지) 기사는 축제 총감독에게 표창을 한 것과 관련해 이를 반박할 수 있는 합리적 사유나 객관적 자료 제시 없이 상 나눠먹기란 내용을 보도해 축제 유공으로 표창 받은 수상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아산시 표창에 대한 객관성·신빙성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프라노 조수미라면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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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아산문화재단으로 출근하는 유성녀 신임 대표. 지역사회는 유 대표를 둘러싼 여러 논란으로 심각한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해명이다. 먼저 아산시는 유 대표에게 표창패를 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 사실은 기자가 우연히 유 대표의 SNS를 보고 알았다. 그리고 "유 대표가 이순신 축제 품격을 높였다"는 건 아산시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해명자료 작성에 관여한 이유영 문화예술과 과장은 오늘(5일) 오전 "많은 시민들이 지역에서도 이런 축제를 한다며 감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시선도 엄연히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예술인 A 씨는 "아산시가 이순신 축제에 군악의장 행사를 끼워 넣고선 축제 품격을 높였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모델로 삼은 진해의 경우 해군 가족이 그곳에 살고 있기에 매년 열리는 군항제는 이들에겐 가족행사나 다름없다. 아산은 이 같은 맥락을 잘라낸 채 군 의장대만 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는 이 같은 의견을 이유영 과장에게 제시하며 반론을 요구했지만 이 과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아산시가 언론보도에 해명에 적극 나선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모두가 수긍할 만큼 합리적인 해명을 내놓기 바란다. 아산시의 일방 주장을 늘어놓으며 명예실추 운운은 결국 “박 시장이 하는 일은 다 옳은 방향이니 토 달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판단이다. 

 

그리고 유 대표가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갖춘 예술인이기에 시장까지 나서서 '방패막이' 구실을 하는지 의아하다. 

 

지역예술인 B 씨는 "유 대표가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수준이라면 이 같은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유 대표는 소프라노로서 평균 수준 정도라는 게 예술계의 전반적인 평가"라고 잘라 말했다. 유 대표에겐 서운할 지적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박 시장에게 바란다. 언론보도가 시정신뢰를 실추시킨 게 아니다. 언론을 탓하는 건 굉장히 잘못된 일이다. 일방 주장을 늘어놓기보다 유 대표가 도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이토록 시장, 국·과장까지 나서서 비호하는지 그 이유부터 명확히 해명하기 바란다. 그게 이미 바닥에 떨어진 시정신뢰도를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길 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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