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기획]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후폭풍 거세...충남교육청 ‘재의’ 맞서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기획]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후폭풍 거세...충남교육청 ‘재의’ 맞서

학생인권조례폐지 전국에서 충남이 처음..'시민단체 반발'
기사입력 2023.12.20 05:1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1219_충남도의회_01.jpg
충남도의회가 지난 15일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가결하자, 후폭풍이 일고 있다. Ⓒ 사진 = 충남도의회 제공

 

[아산신문] 충남도의회가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가결하자,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인권단체가 반발하고 나서는 한편 충남도교육청은 조례를 반드시 지키겠다며 재의를 요청했다. 

 

충남도의회는 지난 15일 오전 열린 충남도의회 제348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재석 44명중 찬성 31명 대 반대 13명으로 조례안 폐지를 확정했다. 도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건 전국에서 충남이 처음이다. 

 

지난 6.1지방선거에서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이 도의회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자 인권단체에선 충남학생인권조례·충남인권조례 폐지가 관철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었다. 결국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닥친 셈이다. 

 

공교롭게도 인권조례 폐지 투표 결과도 1표를 제외하고 정당별 의석수대로 갈렸다. 1명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전원은 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은 반대에 표를 던졌다. 오안영 의원(아산 1)은 국민의힘 소속으론 유일하게 반대했다. 반면 탈당으로 무소속이 된 지민규 의원(아산6)은 찬성표를 던졌다. 

 

충남학생인권조례폐지가 가결된 저간의 사정 역시 국민의힘이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관철시켰다는 인상이 강하다. 

 

지난 9월 충남도의회 운영위원회는 주민 발의로 청구된 ‘충남 학생인권 조례 폐지 조례안’을 의결했었다. 이러자 한 시민이 행정소송을 냈고, 대전지방법원 제2행정부는 충남인권조례·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수리·발의 처분 효력을 2024년 1월 18일까지 잠정 정지했다. 

 

법원이 길목을 막아서자 이번엔 박정식 의원(아산3)이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폐지 조례안엔 박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 25명이 이름을 올렸다. 주민발의가 여의치 않으니 국민의힘이 나서서 조례안 폐지를 관철시키려 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모양새다. 

 

실제 학생인권 조례 폐지 직후, 지역 시민단체인 ‘위기충남공동행동’과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기자회견을 갖고 "충남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청구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사법부가 조례 의결을 잠정 집행 정지한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도의회는 최소한 판결을 기다렸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충남학생인권조례에 어떤 독소조항이 담겨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폐지 조례안은 이 조례가 "학생의 권리만을 부각하고 책임을 외면했다"고 못 박고 있다. 

 

⓵ 최근 일선 교육현장에서 무제한·무조건적인 불가침 권리로 인식된 학생인권으로 인한 일부 학부모의 악성민원과 정상적인 학습을 저해하는 학생들로 인하여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권 침해가 심각하고 ⓶ 현 조례에는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성소수자 학생·임신·출산 등 왜곡되고 잘못된 차별받지 않는 권리와 소수자 학생 권리 등이 포함되어 있어 학교 교육을 통하여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중요한 시기의 학생에게 잘못된 인권개념을 추종하게 한다는 게 그 이유다. 

 

박정식 의원은 폐지안 가결을 앞두고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조례안 폐지의 당위성을 재차 역설했다. 

 

"학생인권 존중이라는 말로 포장된 조례는 결국 교권 추락으로 이어졌고, 일부 학생·학부모의 방종을 부추겼으며 교사들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아동·청소년에게 자기 결정권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나이·임신·출산 등을 차별 금지 사유로 열거하면서 미성년자인 학생에게도 성인권, 성적 자기 결정권 등 마치 기본권 행사 능력이 있는 것처럼 부추긴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 근거 있나? 


1219_박정식_01.jpg
아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박정식 의원(아산3)은 교권 침해를 들어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도했다. 하지만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 사진 = 충남도의회 제공

 

그러나 전국 인권단체들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대전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는 충남도의회 폐지안 가결 직후 낸 규탄 성명에서 "충청권에서는 처음으로 2020년 7월 제정된 충남학생인권조례는, 그동안 기본권 수혜 사각지대이자 민주주의 실현의 커다란 구멍으로 남았던 학교 공간을 인권친화적이고 민주주의가 살아 기능하는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데 상징적인 법제로 제 역할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도의원들을 향해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로 지나가는 개가 들어도 웃을 소리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겨우 6개 지역에 있는 조례가 문제라면, 나머지 지역의 악질민원에 대해서는 뭐라고 설명할 건가?"라고 되물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역시 성명을 내고 "학생 인권, 교사 노동권이 무엇 하나 침해되지 않고 조화롭게 학교 공간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은 정치인들의 책무"라면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서 학생 권리를 '지나치게 부각하지 않는다'고 하여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적지향·성별정체성·임신과 출산에 대한 교육이 잘못된 인권개념이라는 개념 없는 발언을 이제는 공론장에서 퇴출해야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충남교육청은 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김지철 교육감은 오늘(19일) 오전 주간업무보고에서 각 부서에 폐지조례안 재의 요구 절차를 준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교육감은 이때 "조례 폐지는 차별과 폭력 없는 인권친화적 학교문화를 조성하고자 하는 교육적 가치를 후퇴시키는 것이며 제정된 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조례를 당사자인 학생을 비롯한 교육공동체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폐지한 건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 훼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교육자치법 제29조 1항은 "교육감은 교육ㆍ학예에 관한 시ㆍ도의회의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될 때에는 그 의결사항을 이송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이유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충남교육청이 재의로 가닥을 잡았지만 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여기서 2/3 이상 찬성해야 재의가 받아들여진다. 국민의힘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의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이진숙 대표는 오늘(19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주민발의를 통한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법으로 막히자 도의회 다수당이 나선 건,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의 삶에 직접 와닿는 조례를 만들고,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집행부를 견제하는 게 도의회 본연의 역할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차별적 인식을 담은 조례를 다수당 의석으로 밀어 붙였다"며 폐지를 주도한 국민의힘에 날을 세웠다. 

 

민주당 충남도당도 "국민의힘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머리를 맞대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기자는 인권조례 폐지에 앞장선 박정식 의원에게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을 입증할 구체적 근거가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박 의원은 아무런 답신이 없었다. 

<저작권자ⓒ아산신문 & assinmun.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29921
 
 
 
 
 
     주소 : 충남 아산시 모종남로 42번길 11(모종동) l 등록번호 : 충남,아00307(인터넷) / 충남,다01368(주간) l 등록일 : 2017. 07. 27         
           발행인·편집인 : 김명일 ㅣ 편집국장 : 박승철 ㅣ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현자
               대표전화 : 1588-4895 l 기사제보 : 041-577-1211 이메일 : asan.1@daum.net      
    
                            Copyright ⓒ 2017 아산신문 All rights reserved.  
                   
아산신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