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2부에서 이어집니다.
[아산신문] 앞서 두 차례에 걸쳐 박경귀 아산시장 1심 재판 결과를 되짚어 봤다. 선거 막판으로 가면 과열 양상으로 흐르기 일쑤다. 특히 진영에 따라 대립전선이 분명한 한국정치 지형 상 선거는 ‘내전’ 양상으로 흐르기에 어느 후보자도 선거 막판 흑색선전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시 한 번 언급하면, 박 시장은 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 상대인 더불어민주당 오세현 당시 후보를 향해 원룸건물 허위매각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리고 1심 재판부인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형사부(전경호 부장판사)는 박 시장에 검찰 구형 800만원의 두 배인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같이 선고하면서 “경쟁하는 후보자에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행태는 공명정대한 선거문화 정착을 저해한다”고 적시했다.
앞서 박 시장은 5월 열렸던 피고인 신문에서 “시민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매각 과정에) 의혹을 갖지 않겠냐?”고 재판부에 되물었다.
또 “시민들이 정당이나 후보만큼 많은 정보를 갖고 있냐”는 전경호 부장판사의 질문에 박 시장은 “상식선에서 볼 때 시민들은 (매각 과정에) 더 많은 의혹을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재판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으로 보면 지금도 석연치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요약하면 일반 시민이 보는 수준 정도에서 의혹을 제기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먼저 재판부는 “선출직 공직자를 상대로 자질을 점검하기 위한 의혹제기라도 공정한 선거문화, 그리고 유권자 사이의 의견교환과 설득을 위해선 확인된 사실로 임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경합을 벌이는 상대후보자에 대해 적격을 검증한다는 미명 아래 근거가 박약한 의혹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상대 후보자는 반박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할 수 있고, 유권자들의 선택은 오도되고 말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 시장은 1심 선고 직후 “재판부가 증거 없이 추정과 추단으로 ‘미필적 고의’라는 심증까지 동원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미 항소한 만큼 2심 재판부가 또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다만, 1심 재판부가 경쟁하는 후보에 대한 의혹제기는 그 어떤 상황이라도 엄밀하게 확인한 사실로 임해야 함을 판결문에 적시한 점은 분명 주목해야 한다.
선거에서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박 시장 기소와 1심 선고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지점은 ‘지역언론’의 역할이다. 잘 알려진 대로, 기소 근거인 박 시장 발표 보도자료·성명서는 지역매체에서 활동하는 A 기자의 제보에서 시작했다.
A 기자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도 했다. A 기자 증인 신문, 그리고 박 시장 피고인 신문에서 나온 진술을 토대로 상황을 재구성해보자.
A 기자는 일찍부터 오세현 당시 민주당 후보의 원룸 건물 매입 매매에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했다. 그리고 2022년 5월 15일 이 같은 의혹을 박경귀 후보(당시) 캠프에 제보했다. 박 시장은 오 전 시장의 원룸 건물 소유 사실을 일정 수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몰랐다. 지번, 건물명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전해준 장본인은 바로 A 기자였다.
제보 5일 뒤인 2022년 5월 20일 오 후보와 박 후보(당시)는 KBS TV토론에 임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원룸 건물 허위매매 의혹은 중요한 토론 주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에 A 기자는 박 아무개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제보 내용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며 질책했고, 박 본부장은 후속대책을 건의했다. 보고를 받은 박 후보(당시)는 철저히 조사해서 (성명서를) 내도록 지시했다.
법정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보면 A 기자의 역할은 단순 제보자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제보 내용이 TV토론에서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며, 캠프 본부장을 질책하는 대담함마저 보였다.
박 시장도 A 기자는 ‘각별히’ 챙겼다. 사건의 발단이 된 성명서·보도자료가 배포된 시점은 2022년 5월 26일 오전 10시 6분이었다. 그런데 박 시장은 42분 뒤인 10시 48분 A 기자에게 성명서가 배포됐음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어 10시 59분엔 전화통화도 했다.
박 시장 스스로 피고인 신문에서 “선거 막판 30분·1초도 만나기 어려웠던 시점”이라고 진술한 점을 감안해 보면, 무척 이례적이다.
적어도 언론은 특정 견해·세력·집단에 치우친 보도를 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선거 국면이라면 이 같은 원칙은 더욱 엄밀히 지켜져야 한다.
만약 현직 시장의 원룸 매입, 그리고 허위 매각에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적극 취재하고 취재 대상의 반론도 적극 반영해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나 박 시장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A 기자의 행태는 이 모든 취재 원칙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기서 분명히 밝혀둔다. A 기자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박 시장의 혐의 근거가 된 보도자료·성명서가 A 기자의 제보와 압박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1심 재판부가 박 시장에 1500만원 벌금형 중형을 선고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A 기자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선거 과정에서 지역언론이 보이지 않는 선수로 활약(?)했다는 점은 실로 심각하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에서 오랜 기간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B 책임 프로듀서는 기자에게 “언론인이 관찰자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된, 이례적인 사례”라며 안타깝다는 심경을 전해왔다.
더욱 안타까운 건, 박 시장이나 A 기자 모두 자중하기 보다 재판부 판단에 불복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A 기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허위매각 의혹이라면 매입과정부터 들여다봐야 했는데, 재판부는 정당한 매입이라는 전제하에 판단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적어 올렸다.
이 같은 불만에 대해 재판부가 아무런 언급이 없었을까? 재판부는 이미 지난 3월 오세현 전 시장 증인신문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당시 박 시장 측 이동환 변호사는 원룸건물 매입경위, 그리고 원룸건물을 통해 얻은 수익금에 대해 질문을 집중했다.
이러자 재판부는 이 같은 질문이 공소사실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사건은 오세현 전 시장의 허위매각에 따른 재산은닉 의혹의 허위여부를 따지는 것이지 오 전 시장 부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따지는 게 아니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이었다.
박 시장에겐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 있고, 대법원 판단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과 재판부가 각각 중형을 구형·선고했음을 감안해 보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박 시장 혐의가 결코 가볍지 않음이 분명하다.
그동안 이를 지켜본 법률에 정통한 한 언론인은 박 시장과 A 기자 두 사람을 향해 "재판부에 불만을 드러내기에 앞서 상황이 위중함을 먼저 인식했으면 한다. 그리고 A 기자에게 특히 바라는 점이라면. 언론인으로서 자신의 행위가 취재윤리에 부합했는지 성찰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번 박경귀 시장 사건은 후보자의 의혹제기 행태, 그리고 지역언론의 역할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사례라는 판단이다.
향후 선거 출마 후보자와 이를 취재하는 지역언론 모두 이번 사례를 귀감 삼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글을 쓰는 기자 역시 취재윤리에 충실할 것임을 독자 여러분께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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