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충남 당진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고용 보장을 받을 길이 열렸다.
인천지방법원 제11민사부(정창근 부장판사)는 1일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 923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9명은 현대제철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나머지 914명에게는 고용의 의사를 표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의 판단 근거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아래 파견법) 6조 3항으로, 이 조항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2년 기간 만료된 날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 측은 재판부에 “협력업체 소속으로 당진제철소에서 철강제품 등의 행산 업무에 종사했는데, 원청인 현대제철과 사내 협력사가 체결한 용역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 작업지휘·명령 ▲ 인사·근태상황 결정권 행사 여부 ▲ 협력업체 업무 전문성·기술력 등 현대제철과 협력업체간 체결한 용역도급계약은 실질에서 근로자 파견계약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원고들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현대체절 작업현장에 파견돼 직접 지휘 감독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2012년 8월 이전에 입사한 원고의 경우 각 입사일로부터 2년을 초과해 당진제철소에 근무한 사실이 인정돼 고용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고 적시했다.
현대제철 측은 “사측은 협력업체에 작업을 발주하고 작업결과를 확인하는 데 그치고,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직접적·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직접고용은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아래 비정규직지회, 이상규 지회장)의 오랜 요구였다. 이에 대해 사측은 지난해 7월 사측이 100% 출자한 자회사 ITC를 설립해 채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곧장 반발에 부딪혔다.
비정규직지회는 자회사 직고용에 반발해 8월 공장 통제센터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 ITC가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에 가입을 강제하지 않기로 노사가 합의하면서 농성은 일단락됐다.
비정규직지회는 이번 판결이 노조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조합원 A 씨는 6일 오전 기자와 만나 “현대제철은 비정규직 고용 백화점으로 불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원 판결만 기다려왔는데, 이번 판결로 버틸 힘을 얻었다. 특히 재판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자 지위를 사실상 전부 인정해,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이번 판결로 확인했다”고 털어 놓았다.
이에 앞서 비정규직지회는 판결 직후인 2일 성명을 내고 “이번 소송은 현대제철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전체 공정을 총망라하는 불법파견 소송”이라면서 “생산업무를 담당하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정규직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측을 향해 “불법파견 피해당사자들에게 사죄하고, 현대제철에서 일하는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대제철은 더는 불법파견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도 다음 주 중 현대제철에 대해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특별단체 교섭을 제안할 방침이다.
항소 여부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이 사안은 법무팀에서 담당하고 있어 무어라 답하기 어렵다. 법무팀에서 검토한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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