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기자수첩] 단일화, 끝내 성사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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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단일화, 끝내 성사됐지만

윤-안 전격 단일화, 민주주의 맞나?
기사입력 2022.03.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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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3일 오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성사시킨 뒤 첫 일정으로 아산을 찾았다. 윤 후보는 시종 자신만만해 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아산신문] 3일 오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선언했다. 

 

이날 오전 국회소통관에서 가진 합동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는 “안철수·윤석열 두 사람은 오늘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안 후보는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게다가 단일화 발표 바로 전날인 2일 열린 TV토론을 치른 터라 두 후보의 단일화 선언은 예상 밖이었다. 물론 국민의힘 쪽에선 줄기차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었지만 말이다.

 

마침 윤 후보는 단일화 성사 직후 아산을 시작으로 천안, 공주 등 충남 일정에 들어갔다. 윤 후보의 유세가 예고된 아산시 온양온천역 광장엔 이른 아침부터 지지자와 당 관계자가 몰려 들었다. 

 

몇몇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손에 들었고, 또 다른 지지자들은 윤석열·안철수 두 사람의 이름이 적힌 고무풍선을 들고 윤 후보를 기다렸다. 지지자 한 명은 흥에 겨운 듯 춤까지 췄다. 

 

이들의 표정에선 자신감이 넘쳐났다. 한 시민은 “윤 후보가 부족한 부분은 안 후보가 채워줄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시민은 “이제 정권교체는 안정권”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윤 후보도 고무된 기색이 역력했다. 무대에 오르자마자 그만의 전매특허가 된 어퍼컷 세리모니를 연출했다. 

 

그러면서 사뭇 격앙된 어조로 “26년간 국민을 괴롭히는 부정부패 세력과 싸워온 저를 국민 여러분께서 왜 이 자리까지 불러내 주셨나? 부패하고 무능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무도한 정권을 갈아치우고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어 놓으라 하는 국민의 명령 아닌가?”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 그리고 지지자들에게 단일화는 희소식이 분명하다. 그러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씁쓸하기 그지없다. 

 

‘단일화 = 집권’ 이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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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3일 단일화에 합의하자 지지자들은 정권교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안 후보는 단일화 발표 이전 사뭇 수위 높은 어조로 국민의힘에 날을 세웠다. 특히 지난달 23일 울산 유세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1년만 지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또 단일화 전날 이뤄진 TV토론에서 안 후보는 예리한 질문을 던지며 윤 후보를 코너에 몰기도 했다. 그런 그가 날이 밝자마자 단일화를 발표했으니,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안 후보를 지지해서가 아니다. 역대 선거에서 단일화는 집권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고 김종필과 이른바 ‘DJP연합’으로 1972년부터 시작한 대권 도전을 마침내 마무리했다. 비록 선거 하루 전 파탄이 났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도 정몽준과 단일화를 이루며 세몰이에 성공했다. 여기에 현 제20대 대선국면에서 단일화 이슈가 이어진 건 유례없는 박빙승부에서 단일화가 판세를 판가름할 변수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계적인 세결집이 승리 공식인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안 후보는 여러차례 완주의사를 밝혔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숨진 선거운동원 영결식에서 “제 목숨을 걸고 그분의 희생이 헛되이 되는 일이 절대로 없어야겠다는 생각과 다짐, 각오를 하게 됐다”고 공언했다. 

 

결국 안 후보는 당원과 지지자 앞에 이렇다 할 명분 없이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선언한 것이다. (기자가 천안 지역 조직에 문의한 결과 소통보다는 안 후보의 뜻을 존중하는 데 무게가 쏠린다) 

 

비록 후보의 뜻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앞선 선거에서 단일화 이전 명분 쌓기 작업이 먼저였다. 이 점을 감안해 볼 때 일부 당원에게 안 후보의 행태는 배신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실제 국민의당 홈페이지엔 당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고 탈당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 단일화가 얼마만큼 상승작용을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정치공학적인 단일화가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판단이다. 궁극적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축소한다는 면에서 그렇다. 이는 반대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대선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정의당 등 소수정당 투표가 집권 여당의 정권재창출 실패로 귀결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중이다. 

 

그 어떤 유권자도 정당 혹은 후보를 강요당할 수는 없다.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번 윤-안 단일화 역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대한 최종 성적표는 오는 9일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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