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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손가락질

기사입력 2021.06.1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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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 자유기고가.

[아산신문] 옛날에 글이 없을 때는 주로 손짓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의사소통 과정에서 손짓을 많이 활용하는데, 이는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또는 재치있게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주먹을 쥔채 약지를 들면 '애인'을 의미하지만, 미국에서는 '하찮은 것'을 나타낸다. 또 엄지를 검지와 중지에 끼워넣는 것은 '성교(性交)'를 의미하지만, 브라질에서는 '행운'을 기원하는 표시로 이런 모양의 관광상품도 있다고 한다. 

주먹을 쥔 채 엄지만 펴 보이는 것은 대개 상대방에게 '최고'라는 표현으로 사용되지만, 태국에서는 '비난'을 뜻하고, 이란에서는 '공격 지시'를 의미하며, 그리스에서는 '욕'의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검지와 중지를 함께 들어 '승리'를 표현하는 'V 만들기'는 세계인의 공통어가 되었지만, 이 때는 손바닥을 앞으로 향해 'V'를 만들면 괜찮지만 손등이 상대편을 향하면 '욕'이 된다고 한다.

엄지와 검지로 원(圓)을 만들고 나머지 손가락을 펴면 'OK 표시'가 되는데, 프랑스에서는 이 손짓을 '너는 쓸모없다'는 뜻으로 쓰이고, 터키나 브라질에서는 '구멍'을 상징하여 성적 모욕(侮辱)을 주는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엄지와 검지를 마주해 조금 벌려 길이를 재는 듯한 손 모양을 하면 '작은 성기'를 표현하는 동작이라 하며, 주먹을 쥔 채 중지만 치켜올리면 '심한 욕'이 된다고 한다. 이런 표현은 '남자의 성기(性器)' 모양을 상징하는 것으로 고대 로마시대에는 상대를 '거세(去勢)'하겠다는 위협 신호로도 썼다고 한다.

전한(前漢) 말기 애제(哀帝)때 승상을 지낸 왕가(王嘉)라는 사람은 성격이 강직(剛直)하고 직언(直言)을 잘 하여 신망을 받았다. 

애제 왕은 동현(董賢)이란 소년을 애지중지(愛之重之)하여 그는 물론 그의 가족까지 벼슬을 내렸다. 시중(侍中)이었던 동현은 아첨도 잘하여 애제 왕의 총애(寵愛)를 받아 22살에 대사마(大司馬)에 올랐다. 애제 왕은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동현에게 작위(爵位)를 주었고, 동현 대사마는 권세를 얻은 뒤 관가(官家)의 재물(財物)을 물 쓰듯 했다.

승상(丞相)이었던 '왕가'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애제 왕'에게 다음과 같은 상소(上疏)를 올렸다.

"동현 대사마는 폐하의 총애만을 믿고 멋대로 행동하여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속담에 말하기를 자고로 '천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으면 병(病)이 없어도 죽는다'고 했습니다. 부디 동현 대사마를 벌하여 기강을 바로 세워 주시기 바랍니다.' 왕가의 상소에 애제 왕이 대노(大怒)하여 '왕가'를 감옥에 가둬버렸다. 

바로 한서(漢書) 왕가전(王嘉傳)에 나오는 '천부소지 무병이사 (千夫所指 無病而死)' 가 그 말이다. 이는 검지를 쭉 세워 상대방을 가리키는 손가락질인 것이다. 

요즘 윤리와 도덕이 땅에 떨어져 경향각지에 배신자들이 많이 나타났다. 사리사욕(私利私慾)에 골몰하여 나랏돈을 마구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거짓말과 나쁜짓을 저지르는 정치인과 공무원들도 많아져 뭇 사람으로 부터 손가락질을 받는다.  
 
하나의 손가락은 힘이 없지만 다섯 손가락이 합치지면 힘 센 주먹이 된다. 정의(正義)의 주먹은 언제나 불의(不義)를 응징(膺懲)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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