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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씨(氏)

기사입력 2020.02.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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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7835320_HprK0lFX_ECA1B0ED9998EB8F992.png▲ 조환동 / 前 극동대 교수, 자유기고가.
[아산신문] 개그맨 이모 씨가 과거 방송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문재인 씨'라고 호칭했다 하여 뒤늦게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하여 대통령 호칭으로 '씨'는 무례한 표현이라는 사람들이 있었고, 또 '씨'는 敬稱(경칭)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논란이 일어나자 해당 방송사는 이런 장면이 나온 화면을 모두 즉시 삭제했다고 한다. 이걸 보고 어느 시사평론가는 '氏'라는 말 자체가 존칭어인데, 왜 논란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몇 달 전 어느 야당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장관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아무개 장관'이라는 호칭 대신 '아무개 씨'라고 호칭하여 많은 야당 국회의원들로부터 야유를 받은 일도 있었다.

'~ 氏'는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국어사전의 풀이)인데, 왜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질까.
또 얼마 전에는 한국과 일본의 기자들이 모여 양국 간의 다양한 문제에 대하여 토론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이 있었다.

거기서 일본의 한 기자가 '문재인 상'이라는 말을 사용해 한국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 기자는 일본어로 말했는데 거기에 한국어로 '문재인 씨'라는 字幕(자막)이 달려 '一國(일국)의 대통령에게 不敬(불경)하다'라는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이것은 일본어의 '~ 상'을 '~ 氏'라고 번역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어의 '~ 상'은 모든 경우에 사용되어, 이를테면 'Trump 상'이나 '安倍(아베) 상' 등으로 거리낌 없이 쓰여지는 존칭어이다.
 
"본래, '氏(씨)'는 땅에 심은 씨앗이 뿌리와 싹을 내민 모양을 본뜬 것인데, 뒤에 사람의 '姓氏(성씨)' 등으로 쓰이게 되었다. ('漢字의 뿌리', 진태하 저). 그 후 '氏(씨)'는 영어의 'Mr, Mrs, Miss', 일본어의 '상' 처럼, 한국에서 경칭으로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다.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말이 있다. 지나치게 공손하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무례(無禮)를 저지르는 것이 된다는 말이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주시(注視)하고 있는 가운데, 공무원들끼리 예법(禮法)에 맞지 않는 존칭 사용은 삼가해야 할 일이다.

자고로 어른께 무슨말을 아뢸 때에는 제3자에 대하여 함부로 존칭을 사용해선 안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즉 '씨(氏)'면 충분한데, '長官님, 次官님, 議員님, 大使님, 知事님, 市長님, 郡守님, 總長님, 敎授님, 會長님, 社長님' 등의 호칭으로 과공(過恭)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학교와 가정과 사회에서 예법 교육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직책 명칭에다 '님'까지 붙이는, 이런 권위적인 호칭들은 부적절하다.

오로지 '씨(氏)' 하나의 경칭으로도 충분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향노루는 멸종위기에 처한 짐승인데, 이 사향노루의 향기는 십리 밖에서도 난다고 한다.

그래서 '싸고 싼 사향도 냄새난다'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이는 덕(德)이 높은 훌륭한 사람은 자기가 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세상에 알려진다는 뜻으로 쓰이는 속담이다. 우리 모두 사향노루 처럼 먼저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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