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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삶의 여유 공간

기사입력 2017.12.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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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하영일.jpg▲ 하영일 박사 고려대 대학원 외래교수
 
‘힐링’의 시대라고 하는 요즈음, 인문학을 중심으로 한 시민강좌가 붐을 이루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지자체마다 평생교육원이나 주민자치센터에 인문교양 과목을 개설하고 있고 언론사 및 백화점 문화센터의 인문강좌도 관심이 뜨겁다.

문학, 철학, 역사를 총칭하는 인문학은 인간에 관한 학(學)이다. 따라서 인간다운 삶을 꾸려가는 데 필요하다. 그럼에도 그동안 우리는 인문학이 어렵고 학자들에게만 제한된 학문이라고 여기며 가까이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정신적 만족보다는 물질적 안락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사회풍토에서 인문학에 대한 흥미는 줄 수밖에 없었다.

인문학은 행동과 사유 그리고 역사와 사회현상을 종합적으로 파악, 성찰함으로써 삶에 관한 시야를 넓힌다. 인문학은 인간 본성을 꿰뚫는 통찰력을 담고 있으며, 그 통찰력으로 삶과 세상의 이치를 궁구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오래 지탱해 온 질서와 틀이 해체되고 사회 전체의 생태계가 급속도로 변하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새로운 방향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답답해하는 이들에게 인문학은 나침반이 되어준다. 또한, 인문학은 사람 중심의 지속가능한 사회 만들기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발전에 필요한 도구적 가치를 지닌다. 말하자면, 인문학적 사유양식이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행복도를 높인다.

인간다운 삶의 실현은 물질적 만족 외에 지적, 윤리적, 예술적 등 정신적인 가치가 충족되었을 때에야 가능하다. 이러한 가치를 우리는 인문적이라고 부른다. 물질지향적 경쟁이 강조되면서 우리들 심성은 날로 삭막해져 가고, 편의성과 속도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우리들 감성은 갈수록 메말라가고 있다. 이는 인문정신의 빈곤에서 기인한다. 최근 들어 인문학에 대한 일반 대중의 열기가 높고 문화센터, 종교시설 등에서 인문교양강좌가 늘어나는 추세다. 속도와 경쟁의 시대에 인간적 숨결이 느껴진다.

이런 현상은 팍팍한 삶 속에서 스스로 성찰하고 위안을 얻는 힐링(치유)문화가 사회 트랜드로 부각되면서 나타났다. 내면의 세계를 키워주는 인문학은 인간의 마음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강한 힘이 있다. 첨단지식이 쏟아지고 현대 사회가 복잡다단해질수록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전과 역사에 대한 통찰을 담은 인문학의 갈증이 커질 것이다. ‘미래는 과거로부터’ 그리고 ‘외부가 아닌 내부로부터 온다’고 하듯.

귀농·귀촌의 증가 등 빠르게 변화하는 농촌사회에도 인문학적 성찰과 지혜를 모으는, 즉 빈 마음을 채워주고 바쁜 일상의 속도를 줄여주는 삶의 여유 공간이 절실하다. 단순히 자연환경을 중심으로 공원을 조성하거나 체육시설을 확충하는 데 머물게 아니라 더 나아가 도서관, 문예회관 등 지식공간을 활성화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예술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많은 돈을 들여 문화예술회관을 화려하게 짓는 것으로 지역문화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선심성 행사나 연예·방송인 초청 같은 떠들썩한 이벤트는 지양하고 향토문화유산과 연계한 인문교양콘텐츠와 시대흐름을 읽는 지식정보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내실 있게 운영하는, 이것이 지방자치의 참모습이다.

지역 문화공간은 주민들이 자기계발 및 사회적 역량을 높이는데 기여하므로 대단히 중요하다. 삶의 충전소로서 뿐만 아니라 정보교류의 장(場)으로서 지역사회의 공동체 생활을 풍성하게 해준다. 따라서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과 평생 교육적 차원에서 문화기반을 구축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오늘날은, 누구나 더 배워야 하고 더 알아야 하는 평생학습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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