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취재후기] 날 세웠던 상대와 손 잡는 게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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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날 세웠던 상대와 손 잡는 게 정치다

돌파구 찾은 아산시 집행부·시의회, 향후 과제는?
기사입력 2023.05.2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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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의회 김희영 의장과 박경귀 아산시장이 합의점을 찾자 협상에 참여했던 이기애 부의장, 조일교 부시장 등이 안도하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아산신문] 지난 23일 아산시청 앞에 마련한 천막농성장엔 하루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기준 아산시의회 김희영 의장은 박경귀 아산시장이 일방 삭감한 교육지원 경비 예산을 복원한 추경안을 제출할 것을 촉구하며 5일째 단식 농성 중이었다. 


그런데 이날 오후 박 시장이 농성장을 찾을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단식이 이어질수록 김 의장의 건강상태가 악화될 것임은 분명해 보였고, 실제 건강 이상 징후가 역력했다. 이런 이유로 집행부와 김 의장이 속한 민주당, 농성장을 찾는 시민들 모두 양측이 극적 타협점을 찾아주기를 바라는 바람은 갈수록 커졌다. 


그리고 결국 두 사람은 출구를 찾았다. 협상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안도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때 극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 홍성표 시의원(나 선거구)은 박 시장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박 시장은 기꺼이 그 손을 잡은 것이다. 

교육지원 경비 삭감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시점은 지난 1월이었다. 그리고 홍성표 의원은 이 논란의 와중에 박 시장 ‘저격수’ 노릇을 해왔다. 


홍 의원은 지난 3월 열렸던 제241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선 박 시장 면전에서 2023년도 아산시 예산자료집을 찢으며 규탄했다. 뿐만 아니라 임시회 종료 이후에도 김은복 의원(비례)과 함께 천막농성을 이어가며 날을 세웠다. 


그러나 박 시장과 김 의장이 진통 끝에 합의점을 찾자 홍 의원이 먼저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고, 박 시장도 홍 의원을 격려했다. 


정치가 순탄할 수만은 없다. 각 이해당사자간 이해관계가 분명 없지 않다. 그리고 예산안을 담은 지면은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공간이다. 게다가 박 시장이 의회가 심의·의결한 예산안을 자의적으로 깎았으니 누군가는 목소리를 높이는 게 당연했고, 홍 의원은 그 일을 자처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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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의회 김희영 의장과 박경귀 아산시장이 합의점을 찾자 민주당 홍성표 의원이 박 시장에게 손을 내밀었고, 박 시장은 기꺼이 그 손을 맞잡았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집행부와 시의회가 합의점을 찾았지만, 또 언제 변수가 돌출할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가장 날을 세우던 홍 의원과 박 시장이 두 손을 잡았으니 앞으로의 협의과정은 순탄하리라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민주주의는 소통과 협치로 작동한다. 그리고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권한은 시의회가 갖고, 집행부는 의결한 예산안을 집행한다. 


이건 파란 불이 켜지면 건너고 빨간 불이 켜지면 멈춰서는 것과 같은, 더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기본 원칙이다. 교육지원 경비 예산을 둘러싸고 벌어진 갑론을박의 가장 근본원인은 박 시장이 이런 간단하면서도 보편적인 원칙을 어겼다는 데 있다. 이 점에서 박 시장의 책임이 적지 않다. 


기자 역시 이 논란의 와중에 박 시장을 향해 날을 세웠다. 다른 이유는 없다. 박 시장이 거스려서는 안 될 원칙을 거스렸다고 판단했고, 따라서 언론으로서 목소리를 낸 것뿐이다. 


그간 이 일로 인해 지역여론도 심하게 갈라졌다. 저간의 사정을 되짚어 보면 교육지원 경비 예산은 논란 내내 중심에 있었다. 이는 아산의 미래인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예산이었고, 실제 일선에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런 중요성은 논란 내내 그다지 눈에 띠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 주도로 추경 예산안 심의가 거부된 시점을 계기로 ‘민생’ 운운하면서 정파적 분열을 부추기는 여론이 일었다. 일부 지역언론은 이런 흐름을 부추기는 논조의 기사를 쏟아냈다. 


기자가 만난 한 학부모는 “다는 아니지만 몇몇 지역언론이 그저 힘의 논리대로 움직인다”고 개탄했다. 지역언론 종사자로서 심히 유감이고 시민들에게 그저 죄송한 마음이다. 


기자는 앞서 아이들 교육예산은 다른 민생예산과 동등한 중요성을 갖는다고 지적했었고, 이 생각은 변함없다. 


이제 갑론을박을 정리할 때다. 시의회와 집행부가 시민을 위한 예산을 약속한 만큼, 그 약속이 지켜지는지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공동체가 키운다. 이건 인류 역사의 오랜 경험이다. 이토록 소중한 의미를 갖는 교육예산이 다른 예산에 밀려 홀대 당하거나, 집행부의 자의적 판단으로 깎이는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일이 매끄럽게 이뤄진다면 아산시는 지방자치의 선도적 모델로 자리할 것임을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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