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박경귀 아산시장이 지난 23일 일본 하코네정과 상호업무협약(MOU)을 체결하려다 불발된 가운데, 이번 MOU 체결은 당초 하반기에 예정한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게다가 장소도 일본이 아닌, 한국이었다. 일본 방문이 급조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기자는 아산시 자치행정과가 작성한 '2024년도 아산시 국내·외 교류협력 기본계획' 문건을 입수했다. 이 문건엔 2024년 (대·내외) 교류방향과 추진계획 등이 상세히 담겼다.
이 문건을 살펴보면 먼저 북유럽 3개국 방문 일정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사무국이 3월 아산시 등 회원 단체장을 대상으로 연수희망자를 모집했고, 여기에 아산시가 응했다는 게 사실에 부합한다. 그런데도 박 시장은 "전국평생학습도시 세종·충남 대표로 간다"고 거짓말했다.
그리고 기본계획 문건엔 일본 하마마츠시·하코네정과의 교류 협력 방안이 나온다. 하지만 추진내용란엔 하마마츠시와는 5월 중 '교류의향 전달·확인'으로만 적혀 있다. 즉, 단순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하코네정에 대해선 5월 '교류 사전검토 하코네 방문', 10월 '하코네 대표단 초청, MOU체결'을 추진하기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박 시장과 수행원 일행은 지난 23일 하코네정과 업무협약 체결을 전제로 업무·정책교류협약서를 마련해 갔다. 10월 체결하기로 한 MOU를 이번 방문 기간 동안 당겨서 하려 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하코네정 측이 체결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면서 MOU 체결은 무산됐다.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기려다 외교참사가 벌어졌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격 맞지 않은 방문, 현지선 철저 ‘외면’
일본·북유럽 방문 일정이 급조됐음을 시사하는 정황은 이뿐만 아니다. 이번 일본 방문엔 박 시장 외에 실무진 7명이 동행했다.
이들은 첫 방문지인 하마마쓰시에선 시장이 아닌, 야마나 유타카 부시장을 만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방문일정을 세운 자치행정과 유종희 과장은 오늘(30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하마마츠시와 조율하는 단계에서 일정상 하마마츠시 시장을 만나기는 어렵고, 부시장을 만나기로 조율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당장 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외교에 정통한 지역정치권 인사 A 씨는 "아산시는 하마마츠시 방문 목적이 상호문화도시 벤치마킹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주관 부서인 여성복지과가 방문 의도를 하마마츠시 측에 전달해서 그쪽 시장과 만날 수 있도록 조율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치행정과의 해명은 이번 방문이 급조된 것임을 우회적으로 시사한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하마마츠시와 하코네정 모두 박 시장 일행의 방문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하코네정 공식 홈페이지에 카츠마타 히로유키 정장이 '한국 박경귀 아산시장 외 손님'을 맞았다는 기록 한 줄만 올라 있을 뿐이다.
일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포털 '야후 재팬'에 '朴慶貴 牙山'을 검색해도 아무런 정보가 올라와 있지 않다. 다만 아산 지역신문 A 기자가 웹번역기로 작성한 한·일 2개국어판 기사 1건만 검색될 뿐이다.
이에 기자가 유종희 과장에게 "한국 아산시를 대표해 시장과 실무진이 하마마츠시와 하코네정을 차례로 방문했는데, 현지에서 아무런 공지도 하지 않은 건 결국 무시당한 것 아니냐?"고 묻자 유 과장은 "그 점은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이번 일본 방문엔 박경귀 아산시장 외 관광진흥과 맹희정 과장·김아영 팀장, 여성복지과 김은경 과장·장희경 팀장, 배현종 비서팀장, 홍보담당관 안성원 주무관, 자치행정과 이재은 주무관 등 총 8명이 참여했다. 자치행정과가 이들에게 책정한 예산은 총 27,817,972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