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9월 20일자 인터넷판 <[단독] 지역예술인 생계 목적 공공미술 프로젝트, 혜택은 소수 임원만?'> 제하의 보도를 시작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 진행 과정에서 임원 일부가 사업비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본지는 취재 과정에서 수사 당국이 분석 중인 회계자료를 입수했고, 이를 근거로 보도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본지는 지속적으로 유용 횡령 의혹의 실체를 고발해 나가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아산신문] 두 달 가까이 공공미술 프로젝트 공금 유용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지역예술계는 술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지휘·감독권한을 행사해야 할 아산시는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다.
조일교 부시장은 지난 10월 아산시의회 시정질의에서 김미성 시의원(민주, 라)으로부터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질문을 받자 "문화예술은 특수한 경우가 있어 기존에 계약한 업체와 한다. 직접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의 질의가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직접 관련은 없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업체가 공공미술 프로젝트 공금 유용 의혹에도 등장한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김 의원의 질의는 이번 의혹을 대하는 아산시 입장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질의였다. 하지만 조 부시장은 책임회피나 다름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지역예술인들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I' 업체 조 모 대표와 A 국장과의 유착관계를 의심한다.
A 국장은 조 대표와의 유착관계를 강하게 부인했다. "조 대표가 저보다 훨씬 성공한 사람인데, 굳이 조 대표를 밀어줄 이유가 있냐"는 게 A 국장의 답변이었다. A 국장은 그러면서 "전 일을 맡길 때 굉장히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하고, 기준에 맞지 않으면 반려하기도 한다"며 "조 대표의 실력을 잘아는데,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결과물을 가져와서 일을 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역예술인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역예술인 ㄱ 씨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시행 당시 A 국장은 담당 부서인 문화관광과 과장이었고, 모든 실무를 총괄했다. A 국장이 입김이 들어갈 수 밖엔 없었던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역예술인 ㄴ 씨는 "관련 업종에선 아산시가 지나치게 I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불만이 만연하다. 정히 A 국장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고자 했다면 공개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해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 ‘친구의 친구’ vs A 국장 ‘절친’, 누구 말이 맞나?
이 지점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조 대표와 A 국장 사이에 진술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앞서 조 대표는 A 국장과의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친구의 친구"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반면 A 국장은 "조직 안에서 친구를 사귀기 어려웠었고, 업무 외에 아이를 키울 때 조 대표를 만났다. 육아와 관련해 사고를 많은 부분 공유했고 그래서 친해졌다. 사회에서 사귄 친구는 조 대표 말고는 없다"고 전했다. 결국 조 대표와 A 국장 두 사람 중 하나는 거짓을 말한 셈이다.
여기에 "조 대표를 밀어줄 이유가 있냐?"는 A 국장의 진술도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I 업체는 아산시 용화동 일원에 사업체를 운영 중인데, 기존 사무실 건물 바로 맞은편에 새 건물을 짖는 중이다. (기자가 조 대표에게 새 건물을 짖는 중이냐고 묻자 화들짝 놀란 모습을 보였었다)
아산시 계약정보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I 업체는 2015년 4월 30일부터 민선 8기 출범 이전인 2022년 6월 30일까지 아산시로부터 11억 여원의 계약을 따냈다. 그리고 민선 8기 박경귀 아산시장 취임 이후 '아트밸리' 관련 계약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했다.
I 업체가 이렇게 '사세'를 키울 수 있었던 건 아산시와의 계약 덕분이었다. 그리고 A 국장은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 주요 사업마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었다. 또한 A 국장은 민선 8기 박경귀 아산시장 취임 직후 비서실장으로 임명 받았고, 이후 곧장 국장으로 영전하며 승승장구했고, I 업체는 아트밸리 관련 계약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A 국장과 I 업체 조 대표가 유착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지점이다.
앞서 적었듯 조 부시장은 아산시의회 시정질의에서 "(시가) 직접적으로 조치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한 발 빼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지역예술인 ㄴ 씨는 "너무 무책임하다. 공무원들이 일하기 싫다는 말로밖엔 들리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A 국장은 "이런저런 뒷말이 들리는데,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하니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수사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