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단독] ‘장례행렬’ 재현 호언 이순신 순국제전, 고증 충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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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례행렬’ 재현 호언 이순신 순국제전, 고증 충실했나?

지역예술인 "행사 격 과도해"...3일 행사에 예산 7억, 소상공인 ‘분통’
기사입력 2023.11.0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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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 아산시장은 아산시의회 시정질의가 진행 중이던 지난 25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순국제전을 열겠다고 선전했다. Ⓒ 사진 = 아산시청 제공

 

[아산신문] 아산시가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아트밸리 아산 제1회 이순신 순국제전'(아래 순국제전)을 열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가운데, 지역예술인 사이에선 행사 격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시성 행사에 과도한 예산을 배정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박경귀 아산시장은 지난 25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순국제전을 열겠다고 알렸다. 당시는 아산시의회 시정질문이 이어지는 중이었지만, 박 시장은 본회의 대신 행사 홍보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장군이 영면한 도시인 아산시에서 장군의 순국 행렬을 재연해 충무공의 도시브랜드를 정립하고, 나아가 한국 민속 관광 축제의 롤모델이 되겠다"고 선전했다. 

 

행사기간 동안 인문학콘서트, 제례악·판소리 공연, 추모제 장례행렬 등의 프로그램이 펼쳐지는 데 핵심은 장례행렬이다. “덕수 이씨 종친회와 관내 기관·단체장, 지역 군부대와 지역민 등 약 700명의 제관 복장을 갖춘 장례행렬단이 온양온천역~온양민속박물관~은행나무길~현충사까지 총 4.4㎞를 지나며 전통 장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는 게 아산시가 내놓은 장례행렬 행사 계획이다. 

 

박 시장은 이 같은 구상을 밝히며 "오백여 년 전의 실재감 있는 행렬재연을 위해 임진왜란과 가장 인접한 시기인 1629년 원종예장도감의궤와 1645년 소현세자의 예장도감의궤를 참고로 왕실에 버금가는 예장 형태로 장례행렬대를 구성하고 아산과 수군의 특성을 살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장대를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몇몇 지역예술인들은 이순신 장군과 격이 맞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예술인은 "충무공 이순신을 기려야 하는 건 맞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순신의 생존 연대는 왕조 시기였고, 조선 시대엔 군인이 그다지 높은 지위를 누리지 못했다. 그런 장군을 기리겠다고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나 연주하던 제례악을 공연하고 왕실 격으로 장례행렬을 재현하겠다는 건 과하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이번 순국제전이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기리기보다 장례행렬 재연에만 비중을 뒀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시장 스스로 앞선 기자회견에서 "조선 국왕의 예장에 버금가는 장례행렬 재연을 위해 한국 장례학 분야 최고의 석학을 보유한 을지대학교 산학협력단과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국내 최고 학자들이 고증에 참여했다"고 알렸다. 

 

그런데 고증 과정에서 이순신 관련 학술고증은 배제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했다. 박 시장은 지난 8월 역사·문화 분야 특보로 동국대 A 교수를 위촉했다. 

 

A 교수는 국내대표 이순신 연구가로 정평이 난 고전학자로 위촉 당시에도 "특보로 이순신 장군 선양사업 추진에 세부적 학술 고증이 더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하지만 A 교수는 오늘(8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순국제전은 특보로 위촉 받기 전 관련 전문가가 맡아 진행 중이었다"고 말해 고증 과정에서 배제됐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특보로 위촉한 이유가 이순신 연구가로서 식견을 듣기위한 것 아니었나?"는 기자의 질문에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인데다 전공분야가 상례는 아니어서 관여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아산시 관광진흥과 측은 "이번 순국제전은 '이순신 특화콘텐츠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준비 중인데 이런 이유로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각도에서 콘텐츠를 개발하다 보니 장례행렬 재현으로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다른 도시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해전 승리 등 장군으로서 면모가 부각돼 왔고 이런 이유로 아산이 관광객을 많이 빼앗겼다"고 해명했다. 

 

또 행사 격이 맞지 않는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경국대전>을 살펴보면 왕족뿐만 아니라 나라에 큰 공을 세운 공신에게도 예장을 한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또 500여 년 전 충무공께서 순국했을 때 예장에 가깝게 장례행렬을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고 적극 부인했다. 

 

A 교수에 대해서도 "A 교수가 콘텐츠 감수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A 교수는 제례악 공연을 왕실에서 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준비 중인 공연은 전통을 재창조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A 교수는 이순신 학술 전문가이지 콘텐츠 전문 개발자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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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가 '아트밸리 아산 제1회 이순신 순국제전'을 열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가운데, 지역예술인 사이에선 행사 격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 이순신 순국제전 공식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 같은 해명에도 문제는 남는다. 바로 과도한 예산 배정이다. 이번 순국제전에 아산시가 편성한 예산은 총 7억 1천 만원으로 취재결과 확인했다. 

 

사실 순국제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처음 시작해 2019년까지 네 번 열렸고 관련예산도 1회 4천 만원, 2회 6천 만원, 3회 4천 만원, 4회 3천 만원 등 소액으로 치렀다. 그리고 예산은 충남도와 아산시가 50대 50으로 부담했다. 

 

그러다 코로나19 대유행 등 이유로 2020년부터 중단했다가 올해 '아트밸리 제1회 순국제전'이란 타이틀을 달고 다시 열고, 예산도 10배 넘게 증액했다. 

 

박 시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추운 계절에 열리는 축제이지만 다시 한 번 충무공 순국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우리 각자 가슴 속에서 그리워하는 사람을 마음껏 불러보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겨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관심을 호소했다. 

 

박 시장의 호소와 달리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자신을 학부모라고 소개한 A 씨는 "박 시장 취임 이후 교육은 많이 위축됐고, 교육지원청과의 협업도 매끄럽지 않다. 수 억 예산 들여 전시성 행사를 벌이기보다 교육공동체에 사과하고 교육청과 관계를 회복하고 교육청과 협업사업을 재개하는 게 먼저"라고 꼬집었다. 

 

자영업자 B 씨는 "지금 물가가 올라 시민들이 지갑을 닫았고, 이 때문에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박 시장을 향해 "이런 와중에 누가 장례행렬에 관심 갖고 축제에 참여하겠는가? 아산 말고 전국에 이순신 관련 축제가 난립하는데, 중복되는 축제를 줄이고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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