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민선 8기 박경귀 아산시장의 핵심 공약인 아산항 개발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먼저 아산시는 지난달 28일 박 시장 주제로 '트라이-포트 아산항 개발 타당성 조사 용역' 착수 보고회를 가졌다. 이에 앞서 언론 기고를 통해 아산만 갯벌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 지 아무개 팀장에 대해 보복성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이 같은 사태 전개는 의아하다. 이미 아산시의회가 지난 6월 제243회 정기회에서 건설교통과가 낸 아산항개발 타당성 조사 용역 추경예산 1억 5천 만원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아산시의회 건설도시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성표 의원(나 선거구)은 "시 집행부가 1차 추경에서 삭감한 예산을 2차 추경에 다시 올리겠다고 한다"고 알렸다.
민선 8기 박 시장은 유난히 소통을 강조했다. 지난달 19일 대전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도 박 시장은 재판부를 향해 "늘 시민과 소통해왔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민선 8기 시정은 '일방통행'으로 흐르기 일쑤였다. 가장 극명한 사례가 올해 1월 박 시장이 단행한 교육지원 경비 일방삭감이다. 학부모·시민단체가 들고 일어나고, 여기에 아산시의회가 의회의 존재를 무시했다며 반발해도 박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산항 개발도 비슷한 궤적이다. 아산항 개발 사업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는 이미 아산시의회에서 나왔다.
올해 3월 열렸던 아산시의회 제24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민주당 김미영 시의원(라 선거구)은 5분 발언에서 “철도와 항공이 연결되어 아산이 물류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박 시장의 트라이포트는 평택항·당진항·아산항을 연결하는 정도라고 한다. 심지어 해양수산부·KMI·충남연구원에서도 불가능하다고 했으며 평택·당진과도 협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비를 받아올 수 있는 사업들에 대한 제안이 있었음에도 박 시장은 트라이포트를 고집하고 있다"며 비판을 이어나갔다.
여기에 지난 6월 박 시장 1심 선고 이후 '사법리스크'로 거취가 불투명해졌고, 아산시의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아산항 개발 등 박 시장 공약 사업 원점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그런데도 박 시장은 용역 보고회를 강행했고, 한 번 깎인 용역예산을 2차 추경에 다시 올리겠다고 하는 것이다.
시장 공약 반대하면 인사보복 감수해야 하나?
아산항 개발에 공개 반대한 팀장급 공무원에 대한 보복성 인사 조치는 박 시장 '불통'의 정점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공무원 A 씨는 오늘(2일) 오전 기자와 만나 "박 시장이 오면서 아산시 행정은 일방통행으로 흘렀다"고 털어 놓았다.
"아산항 개발은 사업은 전임 오세현 시장도 추진한 사업이다. 하지만 중간에 국가항만계획 미반영으로 아산만 갯벌 보존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아산항 개발과 아산만 보존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뒀다"고 A 씨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단체 활동가 B 씨는 "이번 일 말고도, 박 시장 시정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복성 인사조치가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아산시 총무과 유종희 과장도 지난달 2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 시장 시정방향과 맞지 않은 인사조치임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해당 팀장의 언론 기고는 시정에 반기를 든 것이다. 가정의 가장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다른 가족 구성원이 반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게 유 과장의 설명이었다.
모든 국민은 표현의 자유를 갖는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공무원도 시민이고, 국민이기에 지자체장의 시정 방향에 대해 자유로이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다.
만약 아산시 내부에서 박 시장의 시정 방향에 대해 자유로운 찬반 논의가 오갔고, 반대 의견을 낸 공무원이 인사조치를 당하지 않았다면 지 팀장에 대한 인사조치는 정당하게 여겨질 여지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민선 8기 아산시 시정이 오로지 박 시장 '지시'로 움직인 경우가 빈번했음을 감안해 볼 때, 이번 인사조치는 그저 '조직의 쓴맛'을 보여준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박경귀 아산시장은 민주적인 선거과정을 통해 선출된 시장이다. (물론 1심 법원은 그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시장은 시정 운영을 민주적으로 해야 한다. 시청 공무원이 지자체장의 의중에 '코드'를 맞춰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더구나 아산항 개발은 박 시장 말대로 100년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사업이다. 이런 사업이 정당한 공론화 절차 없이 지자체장 의중대로 흐르는 건 위험천만하다. 박 시장의 ‘불통’이 우려스러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불행하게도 현실에서 조직의 우두머리가 자신의 사고를 말단 공무원에게 강요하는 일이 없지 않았다. 그런 정치체제를 정치 용어로 ‘독재’ 혹은 '파시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체제는 끝이 좋지 않았다.
박 시장에게 묻는다. ‘민선 8기 박경귀호’가 어떤 결말을 맞기 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