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1500만원 벌금형을 받은 박경귀 아산시장의 사연(?)이 급기야 전국 신문인 <미디어오늘>에 자세히 소개됐다.
<미디어오늘>는 7월 23일자 “아산시장 ‘허위 네거티브’ 유죄 뒤엔 선수로 뛴 기자”란 제하의 기사에서 박 시장에 대한 1심 선고 사실을 보도했다. (기사 바로가기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1412 )
박 시장 사건은 전국단위 언론이 충분히 주목할 만 하다. 6.1지방선거 막판 상대인 오세현 후보를 향해 부동산 허위매각 의혹을 제기했다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 받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중요한 대목이 있다. 바로 지역신문 기자의 개입 정황이다.
먼저 <미디어오늘>은 언론계에 부조리에 주목하고, 거침없이 경종을 울려온 것으로 정평이 난 신문이다.
이 신문은 지역신문 A 기자와 국민의힘 박경귀 캠프(당시) 박 아무개 본부장 사이에 오간 대화를 공개했다. 이 신문이 공개한 두 사람의 대화는 사뭇 충격적이다. <미디어오늘>이 공개한 두 사람의 대화는 이랬다.
A 기자 : 한 번 할 수 있죠?
박 본부장 : 아, 자신 있어. 독하게 싸울 거야, 이번에.
A 기자 : 이거, 이거 굉장히 끌어낸 거예요. 원룸까지 끌어내면 이거 우리가 이깁니다.
박 본부장 : 그러니까.
A 기자 : 제가 다 배경 얘기했죠?
박 본부장 : 예, 알고요. 예, 들었어요.
다시 언급하면 박경귀 아산시장은 상대 오세현 후보 소유 원룸건물 허위매각 의혹을 제기한 성명서·보도자료를 냈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제의 보도자료·성명서는 A 기자의 제보가 발단이 됐고, 이 점은 1심 재판 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여기까지만 봐도 A 기자는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그런데 A 기자와 박 본부장 사이에 오간 대화는 더 큰 충격을 안긴다. 특히 ‘원룸까지 끌어내면, 이거 우리가 이긴다’고 한 대목이다. 대화만 들어보면 A 기자의 신분이 기자인지, 선거운동원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미디어 전문 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이 박경귀 아산시장 사건에 지역신문 기자가 개입한 데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판단이다.
‘페어플레이’ 윤리 실종된 한국 언론
기자 본연의 역할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엄밀한 확인 절차를 통한 정확한 사실만을 정제해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게 알리는 일이다. 물론 기자도 시민이기에, 특정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있다. 당연한 시민적 권리다.
그러나 ‘사실’은 정파나 계급 저 너머에 존재한다. 무슨 말이냐면, 자신이 지지하거나 심정적으로 속해 있다고 여기는 정파에 유리한 사실이 있을 수도, 불리한 사실이 있을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적어도 언론 행위를 하는 기자라면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파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사실을 감추거나, 상대편 정파를 궁지에 몰아넣겠다는 심산으로 사실을 부풀리면 안 된다. 이는 세계 어디서나 언론이 적용받는 보편적 윤리 원칙이다.
A 기자와 박 본부장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 충격적인 건, 언론인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윤리 원칙을 깨뜨려서다.
언론의 정파성은 비단 아산지역에 국한하는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 한국 언론에 만연한 고질적 병폐다.
하지만, A 기자 사례처럼 경쟁하는 정파 후보를 궁지에 몰아넣겠다고 의도적으로 정보를 다른 유력 경쟁 후보에게 흘리는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실로 언론사에 남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이 다른 곳도 아닌 우리지역 아산에서 벌어졌다는 점, 지역언론 종사자로서 그저 아산시민께 죄송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A 기자는 <미디어오늘> 보도, 그리고 ‘선수’란 표현에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자신을 ‘선수’라고 지칭한데 대해 반발하기에 앞서 영국 <가디언>지의 전설적 편집장 찰스 프레스트위치 스콧이 남긴 금언의 의미를 되새겨주기 바란다.
“의견은 자유지만, 사실은 신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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