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기자수첩] 교육경비 삭감 논란에 ‘집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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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육경비 삭감 논란에 ‘집착’한 이유

박경귀 아산시장 민주주의 몰이해 묵과 어려웠다
기사입력 2023.03.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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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 아산시장의 교육경비 삭감 조치가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아산신문] 박경귀 아산시장이 교육경비를 일방 삭감한 데 따른 여파가 심각하다. 

 

아산시의회 김희영 의장을 비롯한 여야 시의원 전원은 시청 앞 릴레이 천막농성 중이다. 김 의장의 천막농성은 22일 기준 15일째로 접어든다. 

 

아산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와 아산시학부모연합회는 21일 오전 아산시청에서 집회를 열고 박 시장이 삭감한 교육경비 원상회복을 압박했다. 이날 집회 참가인원은 1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생업으로 참석이 여의치 않아서 그렇지 만약 시간적 여유만 있었다면 500여 명은 모였을 것”이라고 한 참가자는 전했다. 

 

사실 재차 이 문제를 주제로 다루기엔 부담스럽다. 기자는 교육경비 삭감 논란이 불거지면서 거의 이 주제에 ‘올인’하다시피 했고, 비판 일색의 기사만 썼다. 지자체장을 너무 심하게 비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그러나, 사실 이 문제의 본질은 간단하다. 아산시가 심의해 달라고 낸 예산을 시의회가 수차례 회의를 거쳐 가결했고, 따라서 시장은 집행하면 그만이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그간 저간의 사정은 수차례 다뤘으니 이젠 이 문제에 ‘집착’하다시피 한 이유를 적어보려 한다. 무엇보다 먼저 박 시장의 행태는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심각한 행위라고 봤다.

 

지난 9일 기자회견을 다시 소환해 보자.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예산 심의과정에서 문제를 채 발견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이에 기자가 “실수를 인정했다면, 이해당사자를 불러 모아 조율한 뒤 결정해야 하지 않았나?”고 따져 물었다. 이러자 박 시장은 “정상적인 경로로는 자신의 결단이 집행될 수 없다 생각했다”고 답했다. 

 

독재란 다른 게 아니다. 정상적인 경로를 무시한 정치행태, 바로 그게 독재인 것이다. 박 시장은 드러내놓고 독재하겠다고 말했다. 선출직 지자체장이 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자기 정당화에 집착하는 건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 문제에 집착한 또 다른 이유는 분열이 우려되어서다. 박 시장은 “교육경비는 국비로 하는 게 맞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면서 충남교육청이 교육안정화 기금 1조원을 감추어 놨다며 ‘교육감 쌈짓돈’이란 말까지 서슴없이 했다. 

 

박 시장의 선전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듯하다. 일각에선 “충남교육청이 쌓아놓은 돈 가져오겠다는 거 아니냐”는 여론이 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으로, 교육안정화 기금이 ‘교육감 쌈짓돈’이라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충남교육청이 적극 해명했고,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이 기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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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 아산시장 Ⓒ 사진 = 지유석 기자

 

시장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공개석상에서 한다는 건 부적절하다.(박 시장의 황당궤변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퍼나른 언론도 책임이 없지 않다) 더구나 박 시장의 입에서 직접 나온 허위정보가 분열의 씨앗이 됐음은 더욱 심각하다. 

 

박 시장과 같은 소속인 국민의힘 의원이 다수인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조차 박 시장의 기자회견문 내용이 사실과 맞지 않는다며 공분했다는 후문이다. 이쯤되면 박 시장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이 논란의 끝엔 ‘아이들’이 있다 

 

이제 이 문제에 집착한 가장 중요한 이유를 말할 차례다. 바로 이 논란의 끝엔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의 일방적 조치로 송남중학교 방과 후 아카데미는 중단됐다. 이로 인해 아카데미에서 소중한 꿈을 키워가던 아이들은 일순간 꿈이 무너지는 경험을 해야 했다. 

 

아이들은 쉽사리 상처 받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런 여린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게 어른이 할 일이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이와 정반대의 행태를 보였고, 아이들은 상처를 감수해야 했다. 

 

박 시장 주변에 있는 한 공무원은 거리낌 없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에게 되묻는다. 상처 받은 아이들 앞에서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냐고. 

 

여기까지 쓰고 보니 또 왜 자꾸 지자체장을 ‘까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것만 같다. 

 

그러나 분명한 건, 적어도 이번 교육경비 일방삭감 조치는 박 시장이 선출직 공직자로서 도를 넘긴 행위인 동시에, 민주주의에 대한 몰이해를 여실히 드러낸 행위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시 ·도의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겠으며 평범한 학부모가 생업까지 제쳐두고 규탄집회에 나오겠는가? 

 

그리고 공직자의 도를 넘는 행위에 대해 언론은 단호히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게 언론의 존재이유다. 

 

왜 박 시장만 자꾸 문제삼느냐고 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그보다 박 시장이 취임 1년도 안된 처지에서 이토록 도를 넘는 행정으로 아산시민을 분열시키고, 애꿎은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먼저라는 점, 독자 여러분께 알려드리고자 한다. 

 

끝으로 박 시장에게 바란다. 이런 식의 시정에 잘한다 박수쳐줄 이들은 어디에도 없다. 부디 민주적 선거를 통해 시장직에 오른 자로서 자신의 도리가 무엇인지 되돌아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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