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평화로운 아산만에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장밋빛 개발 공약에 대한 의구심도 만만치 않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은 취임 전 아산만 일대 개발을 공언했다. 먼저 신호탄을 쏜 쪽은 박경귀 아산시장이다.
박 시장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6월 21일 업무보고회에서 “아산만 갯벌을 활용한 ‘아산항’ 건설을 위해 시청 조직에 전담부서인 항만과를 신설하고, 오는 2024년 제4차 항만기본계획(수정)에 ‘아산항’ 개발계획을 수립해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산시 인주면 걸매리 일대 130여만평의 공유수면을 매립한 후 첨단임해산업관광단지를 조성하고, 이곳을 단계적으로 트라이-포트 국제 무역항으로 개발 육성해 나가겠다는 게 박 시장 구상의 뼈대다.
아산시는 이에 대해 오는 9월까지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2023년에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친 후 2024년 해수부의 제4차 항만기본계획에 반영을 요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틀 뒤인 6월 24일 김태흠 충남지사(당시 당선인)도 아산만 일대를 대한민국 4차산업 선도 글로벌 메가시티로 중점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 지사는 취임 즉시 이 같은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김 지사는 지난 1일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1호 결재’로 ‘베이 밸리 메가시티 건설 추진계획’에 서명했다.
아산만권을 대한민국 경제 발전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전제 하에 천안‧아산‧당진‧서산 등 충남 북부권과 평택‧안성‧화성‧오산 등 경기 남부권을 아우르는 아산만 일대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소경제 등 대한민국 4차 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메가시티로 육성한다는 게 이 계획의 핵심이다.
이어 △ 아산만 써클형(평택∼아산∼천안) 순환철도 신설 △ 천안 종축장 부지 등에 대규모 최첨단 국가산단 조성 △ 당진평택국제항 물류 환경 개선·대중국 수출 전진기지 육성 △ 환황해경제자유구역청 복원·민관 상생발전위원회 설치 등을 세부사업 방안으로 제시했다.
박 시장과 김 지사의 의지는 강력해 보인다. 김태흠 지사는 베이밸리 추진계획에 서명한 뒤 “아산만권 일대는 인구 330만 명, 기업 23만 개, 대학 34개, 지역내총생산(GRDP) 204조 원 등 인적‧물적 인프라가 풍부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기업이 다수 존재해 발전 잠재력이 풍부하다. 경기도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조속하게 완성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박경귀 시장도 “평택과 당진항이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의 국제적 무역항구로 발전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인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생산 물량을 아산항에서 수출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해묵은 개발 공약, 민선 8기 '재탕'?
그러나 사업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걸매리 일대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은 “아산만 개발은 전전 시장때부터 나왔지만 아무것도 된 게 없다. 별반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이상호 사무국장은 “개발을 주장하는 쪽은 갯벌의 보존성이 낫다고 하지만, 이는 갯벌의 자연회복성을 간과하는 주장”이라면서 “갯벌 생물은 살아 있다. 개발 보다는 생태탐방로 조성 등 보존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경제효과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 임기를 시작한 지자체장 임기는 4년인데, 임기 동안 개발을 위한 절차를 마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만약 김 지사와 박 시장이 개발을 강행하려 한다면 시민사회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