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아산시장을 두고 경합 중인 더불어민주당 오세현 후보와 국민의힘 박경귀 후보의 공방이 고소고발로 번지는 양상이다.
박 후보 측이 오 후보의 풍기역 개발 의혹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건 게 발단이었다. 현수막엔 “오 후보 부인 땅 수십억 시세차익 안길 풍기지구 셀프개발 의혹 사죄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러자 오 후보는 해당 현수막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후보자 비방·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위반이라며 아산시 선거관리위원회와 아산경찰서에 고발했다. 민주당 충남도당도 “네거티브 하는 시장 반대, 일하는 시장 선택”이란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며 오 후보를 지원했다.
박 후보 캠프도 맞대응에 나섰다. 박 후보 측은 27일 “풍기역지구 도시개발과 관련해 부인 토지에 대한 셀프 개발 의혹이 제기되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수십년 전 강희복 전 아산시장까지 거론하며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오 후보를 아산시 선관위와 아산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 측은 또 “시민 앞에 거짓해명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며 강 전 시장까지 모욕한 오 후보는 아산시장 자격이 없다”고 오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두 후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수막으로 신경전을 이어나갔다. 아산시 배방역 사거리엔 오 후보 측이 내건 현수막과 박 후보 측이 내건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오 후보 측 현수막과 박 후보 측 현수막 모두 각각 상대가 허위사실 공표로 경찰에 고발당했다는 문구가 적혔다.
문제는 고소고발의 발단이 된 현수막 글귀다. 현수막 글귀 중 ‘시세차익’ ‘풍기지구 셀프개발’ ‘사죄하라’는 문구는 붉게 칠한 반면 ‘안길’과 ‘의혹’이란 글귀는 투명 처리됐다.
멀리서 보면 ‘안길’과 ‘의혹’이란 글귀는 보이지 않고 ‘셀프개발’ ‘시세차익’ 글귀만 선명히 보인다.
오 후보 측은 박 후보가 꼼수를 쓴다며 불쾌해 했다. 오 후보 캠프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글자가 제대로 보였다면 ‘시세차익 안길 셀프개발 의혹’인대 이대로라면 앞으로 시세차익을 안길 셀프개발 의혹이 있는’ 사업에 대해 사죄하라는 뜻”이라면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시세차익과 셀프개발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은 사업에 대해 무조건 사죄하라는 억지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후보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선관위 심의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 A 씨는 “의혹이 규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로변에 현수막을 내걸고 비방전을 벌이는 건 볼썽 사납다. 전과가 있어도 출마하지 않나”며 “선거 후를 생각해서라도 완전한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의혹제기는 자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시민 B 씨도 "박 후보가 내건 현수막을 수 차례 봤는데, '안길'과 '의혹'이란 문구가 있는 줄은 잘 몰랐다. 불법 여부를 떠나 치졸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 측 현수막을 본 아산시 선관위 정진성 지도계장은 “처음에 신고할 때 허위사실이 아니라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 했다. 이런 경우가 없지는 않은데, 관련 규정이 없어 단속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양측이 경찰에 고발한 상태이기에 위법 사실이 발견되면, 위법을 저지른 쪽이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선거 이후 당락이 결정되어도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이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는 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