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신문] 새해 첫 아산시의회가 임시회 일정에 돌입했다. 임시회 첫 본회의의 ‘뜨거운 감자’는 박경귀 시장의 교육경비 일방 삭감이었다. 이를 두고 시의회와 박 시장은 거친 설전을 벌였다.
아산시의회는 10일 오전 제241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열었다. 이번 임시회에선 일반안건 19건, 기타안건 2건 등 총 21건의 의안이 접수된 상태다. 아산시의회는 오는 22일까지 13일간 해당 안건을 심의하고 17일과 20일 두 번에 걸쳐 현안 주요 사업장 현장 방문에 나선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는 박 시장의 일방행정에 대한 시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먼저 민주당 김미성 시의원(라 선거구)이 포문을 열었다.
김미성 의원은 박 시장이 ‘기금’과 ‘예산’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와 관련, 박 시장은 9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교육경비를 일방 삭감한데 대해 “충남교육청이 사용처가 불분명한 교육안정화 기금이 1조 쌓여 있다. 이렇게 천문학적 규모의 재원이 지금껏 꽁꽁 숨겨 놓았던 사실을 연말에 알고 경악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김미성 의원은 “해당‘기금’은 ‘예산’과 달리 시장이나 교육감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비상시에 쓰이거나, 학교 신설과 같은 대규모 시설 투자를 대비해 적립한 돈”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아산의 경우에는 이 기금이 더욱 소중하다. 아산은 27년까지 둔포 북아산고·음봉 산동중학교 등 20개 학교 신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설에 필요한 예산만 약 8000억이다. 기금이 튼튼하게 자리 잡아야 학교 신설에 차질이 없다”는 게 김미성 의원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기금’과 ‘예산’은 엄연히 돈의 성격이 다른데도 교육청이 ‘기금’ 1조원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예산’인 교육경비를 삭감한 것은 결국 논리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경귀 시장이) 예산을 삭감하는 대신 ‘아산형 교육사업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공언하셨지만, 사업 내용은 어제 기자회견문 A4 용지 두 장 짜리가 전부”라며 박 시장의 무대책도 지적했다.
김미영 의원은 박 시장의 방만한 예산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정체성 없는 아트밸리 관련 사업에 2022년 7월부터 6개월간 16억 2400여 만원 예산이 집행됐다. 2023년 본예산에는 26억 1,300여 만원이 편성됐다. 2022~23년 42억 여 원의 예산이 쓰였고 쓰일 예정이다. 문화공연은 없고 아트밸리 로고 홍보만 하는 지금 42억 예산을 6개월 앞도 바라보지 않고 계획 없이 낭비하는 게 바람직한가?”라고 김 의원은 물었다.
김 의원은 이어 “대상없는 수혜자에게 혈세 42억을 집행할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대상이 있고 의회에서 심의한 교육지원 예산 사업을 시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계속되는 질타에도 박경귀 시장 '나만이 진리다'
그러나 박 시장은 기존입장을 되풀이했다.
박 시장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 증진을 위하여 그 재정을 건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여야 하며, 국가의 정책에 반하거나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게 해선 안된다”고 한 지방재정법 3조 1항을 언급하며 “시장 군수는 예산 편성과 집행에서 의회가 의결해준 예산 범위 안에서 자치단체 장에게 집행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더 나아가 “의결한 예산을 모조리 강제 집행해야 하는 건 아니다. 예산 운영에서 적정성, 효율성, 재정건전성에 문제을 발견하면 집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변했다.
또 “제가 절감한 예산은 고스란히 교육 분야에 쓸 것이다. 더 많은 사업구상을 하겠다. 상반기 사업을 설계해 하반기부터 새 사업을 전개하겠다. 추가 사업 수혜를 보게 될 것이고 충남 전체 교육경비 분담 주체에 대한 정립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박 시장의 태도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조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 A 의원은 “박 시장이 지적한 게 사실에 부합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올해 상반기만이라도 시의회가 심의 의결한 예산을 집행해 줬으면 한다”는 심경을 털어 았다.
A 의원은 이어 “지금 교육경비 삭감 철회를 촉구하는 천막농성이 이어지고 있는데 여야는 단일대오를 유지할 것”이라고도 밝혔다.